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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김덕수/취업희망자 제출서류 반환해주자

입력 | 1997-08-01 07:50:00


얼마 있으면 취업시즌이 다가온다. 노동수요자인 기업들은 사원채용과정에서 취업희망자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갖가지 서류를 요구한다. 물론 경제적 의사결정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업의 행태 속에는 불공정하고 비효율적인 면이 내재돼 있다. 단적인 예는 국내의 거의 모든 기업이 취업희망자들에게서 받은 입사관련서류를 입사시험이 끝난 후에도 탈락자들에게 되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기 때문에 합리적인 개선책이 요구된다. 첫째로 기업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취업희망자들에게 요구하는 입사관련서류로 주민등록등(초)본 호적등(초)본 성적증명서 교수추천서 자기소개서 자격증사본 등이 있다. 한창 바쁜 취업준비생들이 관련서류를 구비하자면 적지 않은 시간적 경제적 거래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1인당 입사기회를 최소한 3,4차례만 가진다고 하더라도 전국적으로 이들이 지불해야 할 거래비용의 규모는 엄청난 실정이다. 둘째로 기업들이 입사관련서류를 제대로 폐기처분하지 않을 경우에는 개인의 신상정보가 그대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이로 인해 생겨나는 피해는 취업준비생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진다는 점에서 문제는 심각해진다. 셋째로 환경오염 방지와 자원절약 측면을 고려한다면 입사관련서류를 해당기업이 임의로 처리하기보다 입사시험에서 탈락한 지원자들에게 되돌려주어 재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편이 바람직하다. 지금도 기업들은 많은 돈을 광고시장에 쏟아붓고 있다. 자기 상품에 대한 수요의 가격탄력도를 비탄력적으로 유도하고 스스로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이제 전략적인 차원에서라도 자신의 기업에 취업하려다 실패한 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취업희망자가 특정기업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은 곧 그 기업에 대한 인상을 좋게 가졌기 때문이며 기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는 미래의 잠재고객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된다. 입사지원 때 제출했던 서류와 기업 인사책임자 명의로 된 격려편지를 동봉해 탈락자에게 우송해준다면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데 그 어떤 광고전략보다 큰 효과를 거둘 것이 분명하다. 나아가 그렇게 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자 당연한 도리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우리 기업들은 이와 같은 측면을 무시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시정이 요구된다. 김덕수(공주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