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된 방. 무당같은 여인들이 나타나 여자의 사지를 벌려 바닥에 고정시킨다. 서걱서걱 칼가는 소리, 갈갈이 찢겨져 나가는 옷자락, 여자의 몸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바퀴벌레…. 24일부터 산울림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산씻김」은 한여름 더위도 물리칠만한 연극이다. 「공포 연극」이라기보다 「잔혹 연극」. 「잔혹한」 우주적 필연성에 얽매여 있는 「잔혹한」 인간적 삶의 조건을, 「잔혹한」 연극적 엄격성으로 드러내 관객마저 「잔혹하리 만큼」 치유해주는 연극이다. 82년 초연때 공포와 전율,광기와 원시적 에너지로 무대를 가득채웠던 작품. 이현화 극본, 채윤일 연출로 오는 9월 개막되는 97 세계연극제 국내 공식 초청작품이기도 하다. 8월24일까지 오후4시반 7시반 산울림소극장. 02―334―5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