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경선판도는 아직도 갈피를 잡기 어렵다. 그러나 전당대회 대의원들을 상대로 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비(非)영남권출신 인사가 차기 대선후보로 뽑힐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여론조사 결과 나타난 대의원지지도에서 충남출신인 李會昌(이회창)대표가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고 역시 충남출신인 李仁濟(이인제)경기지사와 경기출신인 李漢東(이한동)고문이 대체로 2,3위를 차지하는 추세다. 신한국당내에서 비영남권출신 대선후보가 탄생한다면 전남출신인 金大中(김대중)국민회의 후보와 충남출신인 金鍾泌(김종필)자민련후보 등 여야 3당의 대선후보가 모두 비영남권출신이 된다. 이는 지난 61년 朴正熙(박정희)정권 출범 이후 초유의 일이다. 박정권 이후의 한국 정치사에서 대통령의 출신지는 단순한 「고향」의 의미를 넘어서왔다. 지난 71년 공화당의 박정희후보와 신민당의 김대중후보가 맞싸운 대선 이후 후보의 출신지는 곧바로 당락을 좌우하는 「득표력」으로 연결됐다. 또 그러한 지역할거주의식 투표행태가 지금도 엄존하는 선거현실이라는 데 정치권안팎에서 거의 이론이 없다. 이 때문에 정치권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여야 3당의 후보가 아닌, 영남권을 근거지로 하는 「제4후보」의 탄생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4.11총선을 기준으로 전국의 유권자수 3천1백48만여명중 부산 경남, 대구 경북 등 영남권 유권자수는 8백96만여명으로 28.5%에 이른다. 여기에 타지역 거주 영남권출신 유권자수를 합산하면 전체 「영남표」의 비율은 30%대를 크게 웃돈다. 이러한 규모의 유권자들이 지역할거식 투표행태를 보일 경우 대선판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또 지난 10년간 치러진 대선에서 「영남표」의 향배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었다. 현재 정치권안팎에서 대두되는 「제4후보론」, 또 「제4후보」를 중심으로 한 신당론은 이같은 현실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아무튼 이같은 가설(假說)에 대한 신한국당내 시각은 두갈래다. 첫째는 李壽成(이수성·경북출신) 朴燦鍾(박찬종·부산출신)고문 등 당내 영남출신 경선주자가 전당대회를 전후해 탈당, 「제4후보」로 나설 경우 여권표의 분산으로 대선에서 고전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시각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 여야의 대선예비주자중 어느 누구도 과거의 盧泰愚(노태우)전대통령이나 金泳三(김영삼)대통령처럼 영남세몰이를 하기 힘들고, 따라서 영남표는 결국 신한국당에 몰릴 것이기 때문에 별로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