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다음달 1일 중국 반환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오히려 더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상당수 국내 업체들이 홍콩 기업과의 합작이나 홍콩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열기가 급냉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국내기업의 이같은 「홍콩 바람」은 두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합작선이나 교두보로 홍콩 기업을 활용하려는 것. 지난 90년대초부터 중국에 진출하기 시작한 국내기업들 가운데 상당수는 적잖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었다. 외상거래가 많고 과실송금이 잘 안되는 등 시장경제체제가 미숙한 데서 빚어지는 마찰이 많았고 철저히 인맥중심인 중국의 특성을 잘 모른 채 「일단 뛰어들고 보자」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 결국 비싼 「수업료」를 물었던 국내기업들이 중국에 관한 풍부한 노하우와 인맥을 갖춘 홍콩기업과의 제휴 합작에 나서고 있는 것. LG그룹은 홍콩의 최대 무역상사인 리엔풍그룹과 합작, 중국 남부지방에 2백만평 규모의 대규모 유통단지를 개발하고 있다. 리엔풍이 지난달 국내에서 가진 사업설명회에는 국내 1백여 대기업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상해에 E마트를 개점한 신세계백화점도 중국내 사업을 확대하면서 홍콩관련기업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20일부터 서울 본점 등에서 「홍콩물산전」을 여는 것도 이런 작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둘째, 불황이 계속되면서 이를 뚫기 위한 해외진출 기지로 홍콩에 진출하려는 기업도 많다. 홍콩은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이 상주하고 국제적인 전시 행사가 많아 내수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이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홍콩의 한국무역발전국 서울사무소(소장 孟淸新·맹청신)에는 요즘 홍콩에 대한 투자상담 문의가 1주일에 10건 이상 들어오고 있다. 작년의 두배 수준이다. 맹소장은 『유통 섬유 전자 패션 등 소비재 기업들이 주로 상담을 해온다』면서 『상담건수도 작년보다 늘었고 내용도 구체적인 자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맹소장은 『중국반환에 따른 불안감이 없어지고 오히려 이것이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