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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영화인 공판 숙연한 법정

입력 | 1997-06-19 20:06:00


『미국의 영화인들은 지금 우리를 보고 웃고 있을 겁니다. 우리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19일 오전10시 서울지법 318호 법정. 지난 89년 씨네하우스 방화사건과 관련, 郭貞煥(곽정환·66·서울시극장협회장)피고인의 재판에서 위증을 한 혐의로 지난 11일 구속기소된 영화감독 金鎬善(김호선·56) 영화제작자 金勝(김승·53)피고인의 첫 공판이 열리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재판을 받아온 곽피고인과 사건이 병합돼 구속 8일만에 재판을 받느라 이날 법정에서 공소장을 받았으나 즉석에서 모든 혐의사실을 아무런 조건도 달지않고 시인했다. 이어 김감독은 자신에 대한 변론을 포기하는 대신 재판부의 허락을 얻어 한국 영화계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피력했다. 『지난 88년 미국 직배영화가 들어올 때 우리 영화인들은 이를 막기 위해 마치 애국자나 되는 듯 열심히 뛰었습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미국영화의 홍수속에서 우리영화는 그 존재조차 찾을 수 없습니다. 당시 연간 1백50편 이상 제작되던 방화는 30∼40편에 불과하고 미국 영화는 7백편 이상 상영되고 있습니다』 김감독의 발언이 계속되는 동안 방청석을 가득 메운 영화인 50여명은 당시 상황을 회상하는 듯 숙연해했다. 보석으로 석방돼 팔에 링거를 꽂은 채 휠체어를 타고 출정한 곽피고인도 눈시울을 적셨다. 그러나 김감독은 『현재의 시점에서 당시 극장에 불을 지른 행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孫智烈(손지열)부장판사의 질문에는 『극단적인 방법은 잘못된 것이며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대답했다. 이날 검찰은 탈세혐의와 위증교사혐의가 함께 적용된 곽피고인에게는 징역5년을, 김감독 등에게는 징역 3년씩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그러나 숙연해진 법정안의 분위기를 고려한 듯 피고인들의 죄를 논하는 논고문은 낭독하지 않았다. 〈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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