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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간부집서 초등교교사 부인 「촌지기록부」발견

입력 | 1997-06-19 17:48:00


학원 및 고액 과외비리를 수사중인 검찰은 최근 구속된 한국교육방송원(EBS) 한 간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초등학교 교사인 부인의 「촌지기록부」를 우연히 적발해 이에 대한 법적 처리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검찰 수사팀은 지난 13일 교육방송 고위 간부의 자택 안방에서 립스틱 3백여개와 포장지도 풀지 않은 각종 선물을 비롯,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부인이 직접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개조해 만든 `촌지 명세서'도 발견했던 것. 검찰에 따르면 촌지 명세서는 왼쪽에 학생들의 명단이 줄줄이 적혀 있고 오른쪽에는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월별로 기록하는 난이 만들어져 있었다. 월별로 학생들의 이름옆에 촌지는 1만원 단위로, 선물은 상품명을 빼곡히 적어놓았다. 특히 학기초나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엔 촌지 규모가 수백만원대에 달했다는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어떤 학부모는 거의 매달, 대부분의 학부모는 계절마다 한번꼴로 촌지나 선물을 제공해 1년을 통틀어 명세서에 빈칸으로 남아 있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이 교사는 올해의 촌지뿐만 아니라 최근 몇년동안 담임을 맡았던 학급의 촌지기록부를 꼼꼼하게 작성해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수사팀은 당시 촌지기록부와 수북이 쌓인 선물 꾸러미를 압수하지 않았다. 여교사의 애원도 있었고 수사의 초점이 남편인 교육방송 간부의 금품 수수비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사팀은 여교사의 촌지문제가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다시 자택을 방문했지만 촌지기록부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뒤였다. 촌지 30만원이 들어 있는 봉투 3장과 손수건 선물세트만이 남았을 뿐. 검찰은 수사팀이 그대로 돌아간 뒤 기록부를 태워 없앤 것으로 보고있다. 검찰은 곧바로 이 여교사를 소환, ▲지난 몇년간 촌지기록부를 작성한 사실 ▲촌지기록부를 수사관이 훑어본 사실 등이 적힌 확인서를 받아 냈다. 검찰의 한 수사관계자는 "강남지역에 근무하는 교사라면 촌지 수수관행에 잘 적응돼 있는 게 현실일 것"이라며 "남편이 구속돼 있는 정황을 감안해 사법처리보다는 관련 사실을 교육청에 통보, 인사조치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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