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66〉 노인의 다리를 보는 순간 소름이 확 끼쳐 나도 모르게 노인을 내동댕이치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상대는 내게 꽉 매달리며 두 다리로는 힘껏 내 목을 옥죄었습니다. 나는 숨이 막히고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온몸에 힘이 빠져 비실거리다가 끝내는 땅바닥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도 상대는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두 다리로는 나의 어깨며 등이며 가릴 것 없이 사납게 걷어찼습니다. 그 걷어차는 솜씨가 얼마나 능수능란했던지 종려나무 채찍으로 갈기는 것보다 더 아팠습니다. 그 혹독한 발길질을 견딜 수 없어 나는 노인을 목말태운 채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이쪽 저쪽을 가리키기 시작했고 나는 노인이 가리키는 쪽으로 가야 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노인은 나를 당나귀처럼 부려먹었고 나는 노인을 태운 채 가장 먹음직스런 과일이 열린 나무 사이를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처음에 나는 노인이 싫증이 나면 내 어깨에서 내리겠거니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노인은 지칠줄 모르고 이쪽 저쪽을 지시할 뿐 내릴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되자 나는 지쳐서 제대로 걸을 수도 없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노인은 두 다리로 세차게 걷어차는 지라 나는 그의 지시를 거스를 수도, 꾸물거리며 꾀를 부릴 수도 없었습니다. 이제 밤이 되면 노인도 별 수 없이 내 어깨에서 내리겠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오직 밤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밤이 되어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노인은 두 다리로는 내 목을 감고 손으로는 내 머리통을 움켜잡은 채 잠시 동안 졸다가는 번쩍 눈을 뜨고는 다시 나를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니 나는 허둥지둥 튀어일어나 다시 어둠 속을 허겁지겁 걷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소변마저도 노인은 내 어깨와 등에다 깔겼습니다. 그 뒤로도 나는 몇 차례 그 저주스런 노인을 내동댕이치려고 시도해보았습니다. 그러나 나의 시도는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노인은 영악하기가 이를 데 없어서 나에게 약간의 수상쩍은 기미만 보이면 두 다리로 내 목을 옥죄었고, 그런 뒤에는 사정없이 발길질을 해댔던 것입니다. 노인을 떼어낸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습니다. 나는 포로로 잡힌 노예 꼴로 밤이고 낮이고 온 섬을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그의 지시를 거역하거나 게으름을 부릴 수도 없었습니다. 여차하면 매서운 발길질이 가해졌기 때문에 말 잘 듣는 당나귀처럼 고분고분 굴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내 어깨와 등에는 노인이 내깔기는 똥이 덕지덕지 엉겨붙어 있었습니다. 나는 이 늙다리에게 인정을 베푼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면서 나 자신을 한없이 질책하였습니다. 『나는 이 늙다리에게 인정을 베풀었건만 이놈은 나를 혼내는구나. 이런 불길한 늙다리에게 섣불리 인정을 베풀다니, 나란 놈은 이런 꼴을 당해도 싸! 알라께 맹세코, 나는 앞으로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아무에게도 친절을 베풀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