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建(고건)총리가 12일로 취임 1백일을 맞았다. 그의 1백일에 대한 관가의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다. 내무 농수산 교통부장관과 서울시장을 역임한 「행정의 달인」답게 정치적 소용돌이속에서도 내각을 무리없이 이끌어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 취임 당시에 비해 경제지표가 호전됐고 정치도 그런대로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라는 점도 그에게 「플러스」로 작용하는듯 하다. 고총리가 보낸 지난 1백일의 특징은 「총리역할론」의 주창과 실천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그의 의지는 주로 「행정규제 혁파」를 통해 구체화돼 왔다. 그는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행정규제기본법안」을 통과시킨데 이어 11일에는 규제개혁추진회의 4차회의를 주재, 축산업의 허가와 등록제 등 6개의 경제규제를 풀었다.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규제개혁추진회의같은 항구적인 개혁시스템은 고총리가 행정을 잘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그가 정부초기나 중반쯤에 왔다면 훨씬 더 많은 개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이같은 호의적이고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의 운신의 폭은 그다지 넓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어차피 제약이 많은 정권 말기의 총리인데다 그의 부각을 정치와 연관지어 보는 시각들 때문이다. 실제로 정치권 일각에는 그가 金大中(김대중)국민회의총재 이후의 「호남주자」를 노리고 있는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그가 최근 주역에 나오는 「구룡치수」(九龍治水·아홉마리의 용이 물을 다스리면 서로 책임을 전가해 오히려 가뭄이 든다는 뜻)라는 말을 꺼냈다가 구설수에 오르자 서둘러 해명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은듯 하다. 〈윤정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