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산업문명은 눈부신 과학기술의 진보와 경제성장으로 경이로운 물질적 풍요를 창출함으로써 인류에게 일찍이 유례없는 문명의 혜택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의 심각한 지구환경파괴와 오염으로 인해 오히려 삶의 질의 악화를 염려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맞고 있다. 또한 절대빈곤과 열악한 생활환경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현실도 극복되지 못하고 있다. 날로 심화하고 있는 이들 지구촌의 환경문제는 21세기 인류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어 그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우리는 삶의 터전인 지구와의 관계를 다시 정립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지구환경의 위기는 인간의 무절제한 욕망과 과도한 물질주의의 추구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이 환경문제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은 이미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왜곡된 가치관과 허구적 믿음을 버리지 못한다면 지구환경은 급격히 악화될 것이고 결국에는 생명계를 떠받치는 자연의 파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자연의 수용능력 안에서 지구환경을 이용하고 그 혜택을 골고루 나눌 수 있도록 우리의 사고와 행동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 이에 우리는 생태계의 파멸을 피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생명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부터 새로운 환경윤리가 모색돼야 함을 밝히고자 한다. 자연과 인간은 서로 떨어져서는 존재할 수 없으며 보다 큰 「온생명체계」의 일부로서 존재한다. 인간에게 자연은 단순한 이용의 대상이 아니라 더불어 삶을 영위해야 하는 공동운명체다. 그리고 인간사회 또한 다양한 문화 민족 국가 세대로 이루어진 유기적 공동체로서 그 존립과 안녕은 이들 구성요소의 온전함에 의존한다. 따라서 환경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인간에 대한 온생명체계의 생태론적 관점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이러한 환경윤리의 구현을 위해서는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바탕으로 숭고한 정신문화를 창달하고 형평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환경 정의(正義)를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 또한 과학기술의 환경친화성을 더욱 증진시키고 모든 차원에서의 상호협력을 극대화함으로써 지구환경을 살리기 위한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에 뜻을 모아 스톡홀름 선언의 25주년과 리우선언의 5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 1997년 6월5일 오늘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모인 우리는 온누리의 삶을 위한 이 선언의 이상과 내용이 계속 다듬어지기를 기대하면서 「환경윤리에 관한 서울선언」을 공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