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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수필]최강란/손자의 선물

입력 | 1997-05-21 08:07:00


지난 어버이날이었다. 봄비가 내린 탓인지 앞 뜰의 나무들은 더욱 신록을 자랑하듯 상큼함을 전해오고 있었다. 남편은 차남이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산다. 시아버님께서 7년전 중풍을 앓으신 후 당뇨까지 겹쳐 이제는 꼼짝 못하고 누워계신다. 어쩌다 아버님이 침대에서 바닥으로 떨어지시는 날이면 우리 고부는 환자를 들어올리느라 곤욕을 치른다. 병수발에 지친 칠순의 시어머님 얼굴에 주름살이 늘어가는 것이 못내 안쓰럽다. 그런데도 어느 때부터인가 시아주버니와 시동생 부부는 발길을 끊었다. 지난 어버이날 아무도 찾아오지 않자 어머님께서는 한숨을 쉬셨다. 『내가 저희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저희들은 안 늙나. 제 자식들이 다 보고 있는데…』 따뜻한 녹차 한잔을 나누어 마시며 서운해 하시는 마음을 달래드리고 있는데 현관벨이 울렸다. 반기며 나가보니 초등학교 6학년인 외동아들이자 어머님의 손자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할머니』 녀석은 호들갑스럽게 신발을 벗어던지고는 한손에는 조화 또 한손에는 선물을 들고 할머니께 내밀었다. 『할머니, 이 꽃 예쁘게 만들었지요』 손자의 꽃과 선물을 받아든 어머님의 환한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이 더 기뻤다. 어머님은 선물꾸러미를 푸시더니 『아이구 예뻐라. 용돈도 모자랄텐데 선물은 왜 샀니』 하신다. 어머님 손에는 하얀 손수건 두장이 들려있었다. 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 대변 치워드릴 때 땀 닦으시라고 샀어요』한다. 아이의 말에 어머님은 고맙다며 축축해진 눈을 보이기가 싫으신지 조용히 아버님 방으로 건너가셨다. 최강란(경기 고양시 일산구 일산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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