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기자의 눈]고집이 부른 「大農의 비극」

입력 | 1997-05-20 20:21:00


피와 땀으로 일궈낸 기업을 다른 사람이 적대적 수법으로 인수하려고 덤벼들 때 누군들 지켜내고 싶지 않을까. 특히 창업주라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경영권을 지켜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붕괴 위기에 빠진 대농그룹을 보면 명예도 돈도 기업도 모두 잃어가는 창업 기업가의 「전(前)근대적인 고집」이 느껴진다. 『경제논리보다 감정을 앞세워 경영권에 집착한 결과가 얼마나 비참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元遵喜·원준희 환은스미스바니증권 이사) 『적대적 인수합병(M&A) 대응은 방어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소탐대실(小貪大失)해선 안됩니다』(趙孝承·조효승 아시아M&A 공동대표) 대농그룹이 우여곡절 끝에 다른 재벌들의 응원아래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그것은 「상처뿐인 영광」이었다고 M&A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주주인 朴龍學(박용학)명예회장과 朴泳逸(박영일)회장 부자는 19일 부도방지협약 적용을 받아 4개 주력사의 부도는 면했지만 보유주식 포기각서를 내야할 처지에 몰렸다. 지나가버린 얘기지만 신동방그룹과의 경영권 다툼이 한창일 때 갖고 있던 주식을 비싼 값에 팔아 넘겼더라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풀이다. 미도파 M&A 과정에서 대농측이 쏟아부은 돈은 총 1천2백88억원. 이중 7백85억원을 그린메일러(표적기업의 주식을 매집했다가 프리미엄을 붙여 되파는 세력)로 나선 성원그룹이 갖고 있던 미도파 주식을 끌어 들이는데 썼다. 그같은 출혈의 결과 미도파의 경영권은 일단 방어했다. 그러나 대농그룹이 미도파 경영권을 포기하고 박회장 부자와 계열기업이 갖고 있던 4백86만주를 팔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대농측이 사들인대로 주당 4만2천원에만 팔았다치면 2천여억원이 들어와 대농의 재기자금이 됐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창업자를 위해서나, 많은 소수주주들을 위해서나 기업의 가치를 철저히 따져보고 타산이 맞지 않으면 창업주라도 과감하게 「걸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M&A 전문가) 정경준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