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기관에서 경쟁적으로 사교육비 조사결과를 발표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그중에는 한국교육개발원 서울대교육연구소 등 교육전문연구기관들의 조사도 있지만 민간경제연구소나 소비자보호원 등 경제분야의 기관들도 유사한 조사를 실시하여 그 문제점과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가계의 과다한 사교육비 부담이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기관에서 관심을 갖고 조사연구를 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만 내용상의 혼선과 오해가 우려될 뿐 아니라 여론을 오도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 제각각 처방 혼선 초래 ▼ 우선 개념과 조사항목들이 기관에 따라 달리 규정되고 있으며 따라서 조사된 사교육비 규모도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사교육비는 공공회계에 포함되지 않는 교육비 일체를 포함하는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과외비와 같은 의미의 조사들도 있다. 예컨대 지난 12일 한국교총에서 추계발표한 9조4천억원의 과외비는 정통적인 해석인데 반해 19일 소비자보호원이 조사발표한 11조9천억원의 사교육비는 과외비에 초점을 맞추어 임의로 설정한 개념이다. 조사결과의 해석과 정책건의도 너무 단순논리에 의해 제시되고 있다. 우선 수학능력시험이 통합교과적이고 탈(脫)교과적으로 어렵게 출제되어 과외수요를 유발하고 있으니 그 비중을 대폭 축소하라는 주장은 재검토를 요한다. 그러한 출제방식은 종합적인 이해력과 응용력 사고력을 측정하여 과목별 암기위주의 학습방식을 탈피하도록 유도하는데 목적이 있다. 작년도 수능시험직후 여러 여론기관들은 기본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폭넓은 독서와 사고를 한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받았고 이른바 족집게 과외가 소용이 없었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또 조사된 과외실태를 보더라도 통합교과적 출제비율이 높은 수리탐구Ⅱ(사회 과학)영역의 과외는 네개 영역중에서 가장 적은 편이다. 수능시험의 난이도를 하향조정하고 교과서내에서 출제하라는 주장도 피상적인 처방이다. 수능시험은 대학에 입학해서 공부할만한 능력을 가졌는지 가려낼 수 있는 변별력이 있어야 한다. 너무 쉽게 출제해 점수분포가 집중되고 동점자가 대량으로 나오는 상황에서는 수학능력을 제대로 비교평가할 수 없다. 더욱이 작년부터는 대학별 본고사가 폐지되어 수능시험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에 학력이 우수한 지원자를 선별하는 기능이 약화되어서는 안된다. 또 입학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출제과목수를 줄이고 범위를 교과서내로 한정한다고 해서 결코 시험준비부담이 해소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험문제의 사례나 예문을 교과서밖의 자료나 실생활과 관련된 소재에서 인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봐야할 것이다. ▼ 공교육 투자 운선해야 ▼ 과외공부의 필요성은 학교공부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끼는데서 비롯되는 것이며 모든 과외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또 교육은 기본적으로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능력에 맞게 제공돼야 하는데 우리의 고교교육이나 대학입시는 아직도 획일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 해소를 위해서는 여러 조사연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듯이 중등학교에서 다양한 선택과목들을 제공하고 수준별 교과과정을 적용하여 과외수요를 흡수해야 하며 이는 정부가 이미 추진하고 있는 방향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학급규모감축과 교실증축,교사증원 등 교육여건의 개선이 필요하며 방대한 공교육재원이 소요되는데도 정작 경제분야 조사기관의 건의속에 공교육비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내용이 없는 것은 유감이다. 과외에 대한 설문조사결과를 기계적으로 해석해서 단편적인 처방을 내놓기보다는 전문 연구기관과 심의기구에 맡겨 교육의 본질을 구현할 수 있는 정책이 수립되기를 기대한다. 김신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