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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여자의 사랑(118)

입력 | 1997-05-07 07:56:00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 〈14〉 『울지 말아요. 감동시키고 싶은 생각으로 이러는 것 아니니까』 그로서는 태어나 처음으로 챙겨보는 남의 생일이었다. 마주 앉은 사람이 서영이라면 그 말을 했을 것이다. 왠지 그 말을 할 수 없는 사이라는 게 여자에 대해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했다. 여자는 그가 내민 휴지로 얼굴을 닦았다. 그러나 눈가엔 여전히 촉촉한 물기가 남아 있었다. 그리고 케이크 위의 촛불들이 은은하게 방안을 채우며 일렁거렸다. 그 불빛이 여자의 눈 주변에 머물러 여자의 눈을 더욱 촉촉하게 보이게 했다. 아마 전등 불빛 아래에서였다면 여자의 눈은 쓸쓸해 보였을지 모른다. 『노래를 잘 부르면 좋았을 텐데 나는 노래를 잘 못해요』 『아뇨, 하지 않아도 좋아요』 『생일이면 축하한다는 말을 해야 하는데 오늘은 그 말을 생략할게요. 이 다음 정말 축하할 날을 위해서…, 이제 후 하고 불어서 촛불을 끄십시오』 그러나 여자는 입김을 불어 불을 끄지 못했다. 몇 번이고 입술을 동그랗게 모아 촛불 앞으로 다가갔다가는 이내 손을 입가로 가져갔다. 입김을 불어내기 전 가슴에서 울음이 먼저 올라오는 듯했다. 『그러면 끄지 말고 놔두십시오』 볼펜심처럼 가는 양초의 촛농이 양초의 가는 허리를 타고 케이크 위로 여자의 눈물처럼 떨어졌다. 두 사람은 오래도록 마주 앉아 촛불과 촛불의 작은 그림자로 일렁이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가운데 촛불을 켜둔 채로 여자에게 케이크 한 조각을 베어 내밀었다. 『이러니까 정말 스물두 살이 된 것 같아요. 오늘 저녁…』 케이크를 받으며 여자가 말했다. 『잊지 못할 거예요. 이 생일』 『음악이라도 틀어주고 싶은데 그런 게 없습니다. 내겐』 『아뇨. 정말 감사해요』 촛불은 허리까지 몸을 태우고 내려왔다. 『다시 한번 불어봐요. 내가 도와 줄게요』 여자가 다시 입술을 동그랗게 말고 촛불 앞으로 고개를 가져갔다. 여자가 후, 하고 바람소리를 낼 때 그도 함께 입김을 불어 불을 껐다. 다시 깜깜한 어둠이 방안을 채웠다. 『함께 있어줘요』 지난해 어느 가을밤처럼 젖은 목소리로 여자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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