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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살아보니]미셸 토랑/사라져가는 「따뜻한 마음」

입력 | 1997-04-26 08:25:00


나는 한국음식을 참 좋아한다. 야채가 다양하고 반찬이 많아서 특히 좋다. 쌀 보리 현미 콩 미역 등 한국의 전통적인 음식은 건강에 좋다. 현미는 한숟갈을 1백번 정도 씹어서 먹으면 다이어트를 안해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다. 프랑스인들이 레몬 포도주 등 여러 재료를 첨가해 요리를 하는데 비해 한국인의 조리방법은 단순한 편이다. 요란스럽지 않고 단순한 것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오랫동안 음식과 질병과의 관계를 연구해온 내가 볼 때 한국의 음식은 한국인의 성격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이 참을성이 없고 성격이 급한 것은 찌개를 많이 먹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옆집 애들은 참 시끄럽다. 갓난애가 우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초등학교에 다니는 다 큰 애들이 아파트에서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 어른들이 야단을 안치는 모양이다. 아니 어른들도 아파트 문을 열어 놓거나 왔다갔다 하며 문소리를 내니 애들이 소란스러운 것이 잘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그 애가 하루에 계란을 3개나 먹는게 아닌가. 역시 성격은 음식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된다. 프랑스에서는 함께 사는 공간에서 애들이 시끄러우면 부모가 당연히 조용히 하라고 야단을 친다. 밤10시 이후에는 소리를 낼 수 없고 시끄러우면 경찰을 부르고 경찰은 즉시 달려온다. 21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하늘에서 내려다본 서울은 기와집 주택을 제외하고는 모두 녹색이었다. 높은 건물이라고는 삼일빌딩밖에 없어 택시기사가 자랑스러워하며 삼일빌딩을 설명했는데 이제는 빌딩만 보이고 녹색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전통적인 가옥은 거의 다 사라지고 모두 아파트와 현대식 주택뿐으로 도시가 조화를 이루지 못해 아름답지도 않다. 옛날에는 사람들도 유교의 영향 때문인지 감정을 자제하고 참 친절했다. 그러나 요즘은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도가 지나쳐 규칙을 무시하면서 난폭해지는 경향도 많이 보인다. 한국에 온지 얼마 안돼 한 청년의 초대를 받아 그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가난한 집이었는데 6년 전에 담가둔 인삼주를 대접받았다. 너무 인상적이었고 고마웠다. 당시의 그 친절한 마음을 지금 다시 맛보기는 힘들지만 아무리 바빠도 함께 사는 사람들끼리 서로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살았으면 싶다. 미셸 토랑(알리앙스 프랑세즈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