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홍기자] 陳稔(진념)노동부장관이 高建(고건)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가 19일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반려로 사직소동은 일단 싱겁게 끝났다. 하지만 그의 사표제출은 어느해보다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올 노사관계와 관련, 여러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사실 노동계 주변에선 진장관의 사표제출은 조금도 놀라운 소식이 아니다. 진장관은 지난 1월 총파업 당시부터 공사석에서 『이 사태만 해결되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말해왔고 지난번 개각을 앞두고는 이임사를 미리 써두고 휴일 근무중인 일부 직원들과 폭탄주를 마시며 석별의 아쉬움을 나누기까지 했다. 개각에서 뜻밖에 유임된 후에도 진장관은 사석에서 『이건 정말로 진심이다』며 사의를 굽히지 않았고 최근엔 구체적으로 사표를 전달할 기회를 봐왔다. 장관직을 굳이 그만두려는 이유에 대해 그는 『현정부가 처한 어려움은 기본적으로 노동법날치기 통과와 총파업에서 시작됐으므로 주무장관이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노동전문가들은 진장관의 사표제출을 이같은 표면적 이유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노동계, 재계 등과의 관계를 의식한 행동으로 해석하고 있다. 즉 올 노사관계가 새 노동관계법 적용, 대통령선거 등으로 인해 어느해보다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법개정을 주도한 주무장관이 「손을 한번 씻지도 않은 채」 법내용에 불만이 많은 노동계와 재계를 계속 상대하긴 곤란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물론 현재 노동계나 재계내에서 진장관 개인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지만 장관직을 계속 맡으려면 재신임이라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결국 김대통령이 진장관의 사표를 반려한 것은 「대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으로선 노사 어느 쪽에도 적을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즉 「노사 모두에 할 소리는 다 하되 그렇다고 노사 어느 쪽으로부터도 거부당하지 않는 인물」이 필요한데 현재로선 진장관 외에 달리 대안을 찾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진장관은 재신임을 받게 됨으로써 임금동결을 외치는 재계와 복수노조 허용으로 판도변화를 겪고 있는 노동계 모두를 향해 지금까지보다 더 강한 소신과 공세적 자세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