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한보특위,「몸체」밝혀야 한다

입력 | 1997-03-19 19:54:00


내일부터 본격 가동되는 국회 한보국정조사특위는 한보의혹의 「몸체」와 金賢哲(김현철)씨의 국정개입 실상을 한점 의혹없이 소상히 밝혀야 할 역사적 책무를 안고 있다. 국민들은 그동안 권력의 눈치만 본 검찰의 수사태도에 불쾌감과 환멸을 느껴왔다. 때문에 특위를 보는 시선들은 따갑고 엄하다. 특위가 과거처럼 여야담합이나 하고 시간만 허비한다면 국민들의 정치불신은 엄청날 것이다. 특위는 우선 한보사태의 본질부터 똑바로 봐야 한다. 단순한 대출 비리사건이 아니라 정권차원의 권력형부정비리사건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최근 韓利憲(한이헌) 李錫采(이석채)씨 등 청와대 전직 경제수석 두 사람의 개입사실도 드러났지만 비리의 뿌리는 그보다 더 깊이 박혀 있다는 게 일반의 심증이다. 도대체 5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대출이 이른바 깃털급 몇명의 압력으로 가능한 일인가. 그렇다면 진짜 몸체의 실체는 무엇인지 그것을 밝혀내야 한다. 동시에 한보철강의 허가과정에서부터 관(官)의 특혜는 없었는지도 규명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한보사태의 본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현철씨가 청문회증인으로 채택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세간에는 한보의혹의 몸체로 그를 지목하는 시각이 많은 만큼 한보 연루여부를 국민대표인 특위 위원들이 확실히 밝혀내야 한다. 본란이 지적해왔듯이 현철씨는 비록 대통령의 아들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국민의 한사람일 뿐이다. 아무런 공직도 갖고 있지 않은 그가 주요 국정에 개입한 것은 말이 안된다. 여러개의 사조직(私組織)을 운영하면서 그에 필요한 엄청난 자금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그것을 엄정하게 묻고 따져야 한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현철씨 스스로가 잘못이 있다면 조사에 응하겠다고 했고 또 그의 인사비리들이 폭로되고 있는데도 검찰은 계속 우물쭈물하고 있다. 청문회가 끝난 후 현철씨를 소환하겠다는 검찰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여당의 태도는 석연치 않다. 현철씨의 증언 무게나 그에게 쏠리는 관심을 가급적 축소하려 하고 그의 국정개입에 대한 조사문제에도 아주 소극적이다. 여당의 이런 의도대로 청문회가 진행된다면 그 결과에 납득할 국민들이 몇이나 될 것인가. 야권도 이번 특위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해서는 안된다. 첫째도 둘째도 있는 그대로의 진상규명이 최우선임을 알아야 한다. 무작정 정치적 공세로 상대를 흠집내 반사이득을 얻겠다고 생각한다면 책임있는 공당(公黨)의 자세가 아니다. 여야는 현철씨의 청문회 출석에 따른 구체적인 문제들 때문에 앞으로도 끊임없이 부딪칠 것이다. 그러나 당리당략만 저울질하다가는 정치권 모두에 한보사태 진상규명을 그르친 책임이 돌아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