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기자] 지휘자 피에르 불레즈가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을 지휘, 도이치 그라모폰(DG)레이블로 출반했다. 빈 필하모니 관현악단이 연주한 새 음반은 말러의 교향곡중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5번 교향곡의 신보라는 점에서, 또한 6번교향곡을 시작으로 화제속에 말러전집을 완성해가고 있는 불레즈의 최신작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20세기초를 중심으로 활동한 말러와 현대의 불레즈는 꼭같이 지휘자겸 작곡가로 활동했다. 「작곡가를 겸한 지휘자는 다른 지휘자들이 흔히 발견할 수 없는 악보속의 깊은 의미를 꿰뚫어보고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심리를 불러일으켜 말러와 불레즈의 만남은 시작부터 많은 관심과 화제를 뿌렸다. 오늘날 샤이 래틀 하이팅크 등 수많은 지휘자들이 말러의 교향곡을 녹음하고 있지만 불레즈에게 유독 많은 눈길과 찬반 양론이 이어지고 있는 것. 그러나 불레즈가 지휘한 말러에서 튀는 개성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5번교향곡의 새음반에서 가장 큰 특징을 찾아본다면 빠르기의 급격한 대비를 최대한 피하고 있다는 점. 말러는 세기말의 작곡가답게 작품 군데군데에서 템포의 칼날같은 대조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불레즈의 지휘봉 아래 이런 대비는 둥글고 부드러워진다. 악보의 자세한 지시를 무시하면서 까지 급격한 대조를 피하고 있는 것이다. 불레즈는 음색마저 부드러운 쪽을 강조했다. 한가지 예로 3악장의 격렬한 「나무짝짝이(홀츠클라퍼)」소리는 나무판을 북채로 두드리는 듯한 부드러운 소리로 바뀌어 버린다. 그는 현대음악가답게 낭만주의의 「감정과잉」을 경멸한 나머지 극단적인 표현을 피하고자 했던 것일까. 그러나 그가 연주하는 4악장의 느린 「아다지에토」는 어느 연주 못지않게 꿈결처럼 아름답다. 특히 첫 주제가 뒤에 재현될 때 음량을 줄여 고요히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내는 부분은 지극히 정감어린 모습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