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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망명/정부 대책 선회배경]

입력 | 1997-02-15 20:19:00


[싱가포르〓방형남 기자] 15일 정부가 黃長燁(황장엽)망명을 놓고 「신중한 접근」의 방침을 세운 것은 무엇보다 중국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錢其琛(전기침)외교부장은 14일 柳宗夏(유종하)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한 우회전략을 시사했다. 남북한 쌍방에 대해 「냉정하고 조용한」 접근을 주문한 것이 그것. 이는 황장엽을 빨리 입국시키고 싶었던 한국정부를 주춤하게 했다. 동시에 북한에 대해서도 냉정을 되찾으라고 촉구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정부의 「신중한 접근」 방침은 중국의 이런 메시지를 확인한 결과다. 이는 황장엽의 망명신청 이후 서울의 사태전개가 중국을 건드렸다는 자인(自認)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동안 정부는 냉정하지도, 조용하지도 않게 이 문제에 임했다. 또한 「신중한 접근」방침은 향후의 韓中(한중)관계를 고려한 포석이다. 황장엽을 얻는 대신 중국을 잃는 것은 득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외무부 당국자는 황장엽의 신속한 입국만을 고집하면 「제2, 제3의 황장엽 망명사건」을 한국의 뜻대로 해결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대외적으로는 『상황파악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중국은 한국과 외무장관회담을 가진 것처럼 북한과도 상당한 수준의 접촉을 개시,돌파구를 찾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신중한 접근」은 한국도 북한과 중국을 더이상 자극하지 않으면서 물밑에서 문제해결을 모색하겠다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황장엽의 미국체류방안이 떠오르고 중국고위 당국자와 북경주재 미국중앙정보국(CIA)책임자가 황을 이미 면담, 망명의사를 확인했다는 외신보도가 「신중한 접근」방침의 표명과 거의 동시에 터져나온 것은 주목할 만하다. 중국은 한반도정책과 망명처리 국제관례를 함께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관례는 망명자 본인의사를 존중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에 못지 않게 북한을 잃기 싫어한다. 황장엽의 제삼국체류방안은 중국의 한반도정책과 국제관례를 조화하는 방안이 될 것으로 한국측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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