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寅澈기자] 「손기정공원문고」를 운영하고 있는 최완회장(62)은 출판계에서는 도서보급에 미친 사람으로 통한다. 최씨의 「사업」은 돈벌이가 될 턱이 없다. 시골벽지나 섬지방의 초중등학교에 무상 또는 싼값으로 책을 보내주는 것이기 때문에 누가 봐도 밑지는 장사다. 그런데도 그가 20여년간 책보급에 심혈을 기울이게 된 것은 지난 73년 국군 마산통합병원에서 파월부상병들을 상대로 도서대여업을 할 때 받은 편지 한 통 때문. 어느날 경남 거제군의 한 섬마을학교에서 책이 없어 독서를 못한다는 딱한 기사를 읽고 위인전 등 2백권을 사서 보냈다. 『외로운 섬엔 밤이면 파도와 뱃고동 소리뿐이었는데 보내주신 책 덕분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동화책을 읽는 소리를 들으니 눈물이 절로 납니다』 교장선생님의 감사편지에 감격한 최씨는 이때부터 책만 생기면 오지 낙도의 학교 군부대 병원 등에 보내기 시작했다. 한때 출판업에 실패, 실의에 젖어 장충단공원을 자주 찾았는데 이때 「공원문고」를 착안했다.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책을 읽히자」. 그래서 서울 중구 만리동 옛 양정고교 자리에 91년 조성된 손기정공원 안에 사비 2천여만원을 들여 3만여권을 갖춘 「손기정공원문고」를 개설했다. 대출은 무료. 야외에 「무인(無人)대출문고」까지 설치했다. 설 추석 명절을 빼고 그는 쉬는 법이 없다.최씨는 출판계의 지인들로부터 재고도서를 기증받거나 권당 3백∼4백원씩의 싼값에 사서 보급해주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4백9곳에 30만권의 책을 보냈다. 20년 통산 1백50만권은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