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 총회장을 소환했다. 정태수씨는 지난 91년 수서비리, 95년 비자금사건 때도 검찰에 구속된 전력이 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정태수씨는 그때마다 집행유예와 구속집행정지로 용하게 풀려났고 다시 거액의 은행융자로 무모하게 기업을 확장하다 오늘의 엄청난 금융부정사건을 일으켰다. 정부는 정태수씨라는 잡음 많은 기업인의 위험성을 무시하여 오늘의 화(禍)를 자초했다. 이번만은 반드시 철저한 수사로 사건 전모를 캐내 부도덕한 기업인이 국가경제를 교란시키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해야 한다. 이번 한보수사의 첫번째 과제는 금품에 의한 로비여부를 밝히는 것이다. 은행장이 외면하기 힘든 정치권과의 유착관계나 권력의 외압이 없었다면 4,5개 은행이 한 기업에 거액의 편중대출을 하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 한보사건을 보는 금융계의 시각이다. 그런 외압과 유착관계는 한보의 로비없이는 불가능하고 따라서 거액의 검은돈이 동원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은행관계자들은 3조2천억원이 지원된 최근 2년 동안이 지극히 비정상적이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모든 수사능력을 동원해 한보의 기업성장과정에서부터 부도가 날 때까지의 로비여부와 그 배후를 반드시 가려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이번 수사의 의미가 없으며 국민도 납득할 수 없다. 둘째, 5조원이나 되는 천문학적 규모의 대출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낱낱이 추적해야 한다. 이 부분이야말로 한보부도사건 수사의 핵이다. 대출금의 상당부분을 로비용 비자금으로 유용했거나 딴 곳으로 빼돌려 은닉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당진제철소 투자비는 당초 2조7천억원이었으나 5조7천억원으로 불어났다. 3조원이나 되는 추가자금이 한보측 말대로 당진공장 건설에 실제로 투입되었는지 엄격하게 가려야 한다. 한보그룹은 당진제철소 건설비 명목으로 거액의 금융자금을 대출받아 가면서 지난 94년 이후 유원건설 등 무려 18개의 계열사를 인수하거나 신설했다. 제철소 건설을 위해 대출이 급하다던 기업이 문어발처럼 계열기업을 확장할 여력이 어디 있었는가. 그렇게 자금을 계열기업확장에 유용하다 한보철강을 부도낸 것이라면 그 자체가 범죄일 수밖에 없다. 한보그룹은 부도 뒤에도 위장계열사로 지목받고 있는 세양선박을 이용해 자금을 빼돌린 흔적이 있다. 세양선박이 한보 자회사에 대여한 자금중 1백77억원의 행방이 묘연해 중간에서 빼돌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이다. 정태수씨 일가의 재산이 최소 4천5백억원이나 된다면 그것은 어디서 났는가 철저히 가려야 한다. 한보그룹은 부도 직후 비자금 회계장부 등 핵심서류를 모두 폐기하고 자금부장 등이 국내외로 도피했다. 한보그룹은 그런 기업이다. 이 때문에 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은 구속수사가 마땅하다. 구속수사를 통해 모든 비리와 의혹을 남김없이 가릴 책임이 검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