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시장에서 귤을 한 상자 샀다. 상인은 2백20개가 들어있는 것이라면서 상자밖에 표시된 숫자를 다시한번 확인해 주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큰 바구니에 담아놓고 개수를 세어보니 28개가 모자랐다. 과일을 상자째 샀다가 손해를 본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봄에는 딸기에 속고 여름이면 복숭아와 포도에 속았으며 가을에는 사과, 겨울에는 귤에 속아 왔다. 속임수를 쓰는 쪽이 생산자인 농민인지 경매를 받은 중간상인인지, 아니면 최종 판매상인인지도 모른채 당하고 있다. 이러한 눈속임이 과일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수산물도 속이고 각종 농산물도 속인다. 시금치나 겉절이용 배추는 물론이고 생선도 갖가지로 속여 파는 예가 많다. 한마디로 말해서 믿고 살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쩌다가 우리의 상거래가 이 지경이 됐는가. 이제 우리는 외국의 거대 유통망에 우리의 시장을 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공산품에서 농수산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그들에게 유통의 실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도 속임수 판매만은 없어야 하겠다. 박 장 규(경북 포항시 북구 용흥동 145의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