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라고 해야할까. 경찰관이 강도짓에 가담했다는 보도는 경찰에 대한 신뢰감을 곤두박질치게 했다. 물론 다수의 경찰관들은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시민들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분노할 일이다. 그런 뜻에서 한 경찰관의 못된 돌출행동을 15만 경찰 전체의 것으로 확대해석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한 경찰관의 빗나간 행동이 준 충격과 그로 인한 경찰의 공신력 추락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문제의 경찰관은 상습적으로 강도행각을 벌이고 10대 소녀들을 접대부로 팔아넘긴 파렴치범이라는데 심각성이 있다. 공범들은 자신이 근무하던 파출소 관내의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그들과 평소 내통관계에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동안의 행실을 보면 경찰관직은 범행을 숨기기 위한 위장직업에 불과했던 셈이다. 공범들은 이 경찰관의 비호아래 또 다른 범행들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 문제의 경찰관을 상대로 범죄 배후역할과 여죄 등을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경찰이 유흥업소의 불법영업행위나 소매치기 등 범죄조직에 대한 일제단속을 벌일 때면 단속계획이 미리 새나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것은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평소 경찰과의 공생(共生)관계가 형성돼 있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범죄예방과 범인검거 등을 맡은 경찰관이 오히려 범행에 가담하고 범인들을 도망치게 한다면 국민이 많은 세금을 들여 경찰조직을 유지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이번 사건은 특수한 신분을 가진 경찰관이 범행에 가담할 경우 국민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요즘 상영되고 있는 몸값을 다룬 영화 「랜섬」은 한 경찰관이 공범들과 함께 억만장자의 아들을 유괴, 거액의 몸값을 받아내려다 결국 주범이었음이 탄로나 사살되는 내용으로 돼 있다. 경찰관이 황금에 눈멀게 될 경우 행복한 가정과 사회를 큰 혼란으로 몰아넣고 자신도 정신적 파탄 끝에 몰락하고 만다는 교훈을 준다.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은 국민과 최일선에서 접촉하는, 그야말로 민중의 지팡이다. 그런 뜻에서 파출소에는 가장 우수하고 사명감있는 경찰관이 근무해야 한다. 주민들이 언제든지 찾아가 치안문제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지역의 수호자여야 한다. 그러자면 경찰관의 자질을 높이는 특별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경찰관 모집 때부터 봉사정신과 사명감이 넘치는 젊은이를 선발해야 한다. 기성 경찰관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직무교육과 재교육을 실시하고 정기적으로, 수시로 적격여부를 심사해야 한다. 만약 부적격자로 판정되면 언제든지 경찰관 제복을 벗겨 국민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