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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국경지대서 본 北 현지사정]

입력 | 1996-12-30 20:20:00


「延吉〓李炳奇·孔鍾植기자」 요즘 중국과 북한 국경지역에 있는 해관(세관)마다 트럭에 양식을 싣고 북한으로 들어가는 중국동포들로 붐빈다. 이들 대부분은 설을 맞아 식량사정이 어려운 북한의 친척에게 양식을 갖다 주려는 사람들(북한은 신정과 음력 설을 다 쇠는데 신정이 더 큰 명절이다). 김경호씨 일가족 탈출사건 이후 북한사람이 연변 친척집을 방문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지면서 중국동포들의 북한방문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달초 회령에 살고 있는 사촌동생으로부터 큰아버지가 몸이 아파서 곧 돌아가실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조카를 한번 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식량이 필요하다」는 말을 돌려서 말한 것이지요. 있는 돈 다 끌어모아 양식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23일 오후 북한의 함북 온성군과 바로 접해있는 중국의 도문해관. 영하 20도가 넘는 강추위속에서 중국동포 강모씨(52·중국 길림성 연길시)가 함북 회령군에 살고 있는 사촌동생 가족에게 보낼 식량을 트럭에 가득 싣고 있었다. 이날 강씨가 준비한 식량은 쌀 2백㎏, 만두 1백㎏, 옥수수가루 2백㎏ 등 중국인민폐로 거금 5천원(우리돈으로 50만원)을 주고 산 엄청난 양. 또 술과 담배 등 북한경비병에게 건네줄 「비공식통행료」도 빠뜨리지 않았다. 기자가 찾은 이날 오전에만 숭산 남평 삼합 도문 4개 해관을 통과해 북한으로 들어간 차량이 모두 50여대에 달했다. 자신들도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닌 중국동포들이 많은 돈을 들여서 북한친척에게 식량을 실어나르는 이유는 중국동포 대부분의 고향이 이북이고 지금도 북한에 많은 친척들이 살고 있기 때문. 이들에게 북한의 식량난은 바로 「피붙이의 어려움」이다. 또 지난 60년 중국이 식량난에 허덕일 때 북한의 친척들이 식량을 갖다줘 목숨을 연명한 「보은의 기억」을 각 가정이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형편이 넉넉지 않은 사람도 북한을 다녀온 이웃 사람이 전하는 북한의 처참한 소식을 접하곤 『무리를 해서라도 다녀와야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게 된다는 것. 지난 10월 북한을 다녀온 고모씨(36·여)는 『현재 북한은 아프리카보다 나을 게 전혀 없다』면서 『대부분의 북한주민들이 너무 굶어서 얼굴형태까지 바뀌었다』고 말했다. 내년 1월말에 북한에 살고 있는 작은아버지에게 인민폐 1만원(1백만원)어치의 식량을 보낼 예정이라는 고씨는 『특수계층만 산다는 북한의 수도 평양시내에서 한 아주머니가 아이를 업은 채 도로위에 쓰러져 있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일행 모두가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북한의 식량난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면서 울먹였다. 최근 연변지역에서 북한출입이 가능한 중국동포들을 통해 간접 확인한 북한의 실정은 이처럼 대부분 암담한 소식들 뿐이었다. 합작투자 때문에 최근 나진 선봉지역에 다녀온 한 외국인 사업가는 『경제특구인 나진 선봉지역에도 전기부족이 심각, 하루에도 몇번씩 호텔에서 정전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형편』이라며 『굴착기도 기름이 없어 가동이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사정 때문에 남북간의 미묘한 외교문제를 잘 모르는 중국동포들은 『북한의 지도계층이 밉다고 굶어 죽어가는 북한의 일반백성들을 한국측이 모른 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