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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스케치]TV프로「배경」제작『밤마다 전쟁』

입력 | 1996-12-02 19:59:00


「申然琇기자」 방송사 스튜디오들은 밤마다 전쟁을 치른다. 전날 녹화한 프로그램의 세트를 무너뜨리고 다음날 녹화할 세트를 짓느라 스튜디오는 밤마다 아수라장이 되는 것. 세트를 부수고 새 세트를 세우는데 걸리는 시간은 통상 8시간. 매일 오전9시까지는 새 세트가 만들어져야 한다. SBS의 경우 탄현에 있는 3개 스튜디오에 1백여명의 기술자들이 밤새 「시간과의 전쟁」을 벌인다. 방송 프로의 「배경」을 만드는 것은 세트 디자이너. 이들이 설계한 도면에 따라 TV프로의 세트들이 만들어지고 부서진다. 방송사의 디자이너들이 모인 한국TV디자이너협회가 2일부터 여의도 서남 미술전시관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올 한햇동안 방영된 TV프로의 세트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로 KBS 「찬란한 여명」에 동원된 배의 미니어처와 SBS 「임꺽정」의 청석골 오픈세트 미니어처, 그밖에 여러 프로그램들의 세트 사진이 전시돼 있다. 협회 윤희훈회장(SBS미술1부장)은 『방송사 미술디자이너들 사이에 서로 노하우를 배우고 친목을 다지기 위해 전시회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윤회장에 따르면 올해도 TV디자이너들에게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가 기획한 SBS 「임꺽정」의 청석골 오픈세트는 강원도 철원에 세워졌다가 지난 여름 홍수를 만나 3분의 1이 유실되는 바람에 한달에 걸쳐 새로 세워야 했다. 올해 대형 사고는 KBS 「찬란한 여명」 촬영 현장에서 일어났다. KBS는 조선말기 개항을 요구하며 우리나라를 침범한 서양 배들을 실물 크기로 만들어 바다에 띄웠는데 촬영도중 배가 전복되는 바람에 수십명이 다쳤다. 선박 건조 경험이 없는 미술디자이너들이 배를 설계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였다. 기술이 발달한 선진국 같으면 스튜디오에서 갑판장면 등을 촬영하고 원거리는 미니어처를 사용해 사고를 막는다는 것이 윤회장의 설명. 세트 디자인에는 미술적 요소와 건축 설계적 요소가 함께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고이기도 했다. 윤회장은 『미래에는 실제 세트를 세우지 않고도 컴퓨터를 이용한 가상 스튜디오가 많이 도입될 것』이라며 『드라마의 사전 제작체제가 확립돼 매일같이 세트를 조립하고 해체하는 일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