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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인사」열풍…불황-명퇴바람속 「社內인재 찾기」경쟁

입력 | 1996-11-24 20:10:00


「李英伊기자」 『다른 부서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은 연락하세요』 삼성전기는 최근 「사내직업소개소」를 마련, 직무변경을 원하는 사원들에게 부서이동을 적극 알선해주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이 소개소는 사원들이 사내 컴퓨터 통신망에 자기 경력과 희망직무를 입력하면 이를 접수한 인사팀이 인력을 필요로 하는 부서를 찾아 연결해 주는 직무 중매시스템. 직무변동시 본인 의사가 100% 반영될 뿐 아니라 공식 결정이 날 때까지는 비밀이 철저히 보장돼 직무변경신청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때 인사결정의 기준은 지원자가 지닌 시가(時價), 즉 현재능력에 맞춘 「가격 경쟁」이란 시장원리가 적용된다. 이 소개소에는 개설 3주일만에 60여건의 지원서가 접수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쌍용투자증권은 요즘 사내공모를 통해 12월중순 문을 열 신규지점 지점장희망자를 접수중이다. 통상 지점장은 부 차장급이지만 공모대상은 과장급 3년차 이상으로 대폭 낮아졌다. 이들 지원자가 자기 나름대로 지점의 상권과 투자성향 등을 분석, 수익률극대화전략 등 점포경영계획서를 제출하면 회사가 이를 평가, 선발한다. 희망자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자신을 「인사시장」에 내놓고 회사는 이들중 가장 값나가는 능력을 사는 것이다. 쌍용은 지난 7월부터 이 제도를 실시, 이미 과장급 지점장이 일선에서 뛰고 있다. 불황이다, 명예퇴직이다 해서 경직돼 있는 분위기 속에서 사원들의 「기를 살려주는」 인사제도가 크게 눈에 띄고 있다. 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삼성그룹의 한 인사담당 간부는 『경영환경이 점차 어려워지자 기업들이 위기극복을 위해 사원 개개인이 자기계발에 힘쓰고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추세』라고 말했다. 금호그룹은 최근 평사원과 대리 가운데 50여명을 선발, 곧 차세대 임원교육을 시작할 예정이다. 선발된 이들은 관리직 현장직 해외근무 등 3개 코스를 2년이상씩 근무하는 등 임원 자질에 필요한 각종 경력을 갖추도록 관리받게 된다. 그러나 이미 선발된 사람이라도 수시로 능력을 평가받기 때문에 중간에 도태될 가능성도 있다. 일찍부터 능력있는 사원을 발탁해 키워보자는 취지이지만 선발하는 기업이나 선발된 당사자로서는 상당한 「도박」이 아닐 수 없다. 「어린 떡갈」로 미리 「크게 될 나무」를 판별해 집중투자하는 「차세대 임원제」는 동양제과 등에서도 내년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현대전자는 인사처우결정을 위한 기준마련보다는 인재육성을 우선으로 하는 「건강진단형」 인사평가제를 최근 도입했다. 의사가 환자를 진단해 처방전을 작성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원들의 능력평가시 부족한 점을 진단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이밖에도 상사뿐 아니라 부하 동료 등이 능력을 평가하는 「다면평가제」가 확산되고 있고 이달초에는 뉴코아백화점이 30대 고졸출신 차장을 서울본점장(통상 이사급)으로 임명하는 발탁인사를 단행하는 등 파격인사가 크게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