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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유권자 위력]『女心잡아야 선거 이긴다』

입력 | 1996-11-07 20:35:00


여성과 불법헌금 스캔들 등 도덕적 결함투성이인 빌 클린턴미국대통령(50)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게 된 요인은 무엇인가. 정치분석가들은 여성표의 향배가 당락을 갈랐다고 전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미국의 남성 유권자들은 클린턴대통령과 보브 돌 공화당후보(73)에게 각각 44%로 동등하게 표를 주었다. 그러나 클린턴의 여성 득표율은 54%로 37%를 얻은 돌 후보를 꺾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이처럼 여성들이 클린턴에게 몰표를 준 것은 민주당의 정책을 선호한다거나 클린턴의 뛰어난 능력과 자질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한마디로 클린턴이 외모와 나이면에서 돌 후보보다 여성에게 매력적으로 비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클린턴은 지난번 선거전에서부터 끝없이 폭로되는 섹스스캔들 때문에 바람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그런데도 여성들이 클린턴을 선호한 것은 TV와 영화 등 영상매체에 익숙한 젊은 유권자들이 유명가수나 영화배우 등 대중의 스타를 숭배하듯 정치인도 용모 등 외적 매력 때문에 선택하는 추세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외의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 중동평화에 대한 전세계인의 이목 속에 이스라엘 최연소 총리에 선출된 강경파 베냐민 네타냐후총리(47)가 고령의 시몬 페레스총리(73)를 꺾을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아줌마부대」였다는 분석이다. 젊고 똑똑한 미국 유학파 출신의 네타냐후총리는 세번의 결혼과 여성스캔들로 순탄치 않은 가정생활을 했지만 수려한 용모 덕에 이스라엘내 여론조사에서 「밀폐된 공간에서 같이 있고 싶은 남자」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노조 지도자」출신 바웬사(53)를 꺾고 폴란드 대통령에 당선된 알렉산드르 크바스니에프스키(42)는 준수한 용모와 어두운 색조의 깔끔한 의상, 조용한 말씨 등으로 인해 여성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업고 폴란드에 다시 공산정권을 부활시켰다. 바로 이달초 여당의 이반 마라조프(61)를 꺾고 불가리아의 신임대통령으로 선출된 페타르 스토야노프(44)도 스스로를 「비틀스」세대로 주장하는 젊은 세대의 우상. 소피아대 출신 변호사로 법무차관을 지냈지만 기타 솜씨가 수준급이며 배구를 좋아하는 젊고 참신한 이미지가 노정객을 꺾은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여성표의 향방이 선거의 승부수가 되는 현재의 추세라면 앞으로 정치지도자들은 여성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헬스클럽 출입은 물론 성형수술도 불사해야 할 판이다.〈鄭星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