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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이번엔 하이트진로 본사 점거… “시너 들고왔다”

화물연대, 이번엔 하이트진로 본사 점거… “시너 들고왔다”

Posted August. 17, 2022 09:02,   

Updated August. 17, 202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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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트진로 경기 이천 공장 등에서 시위를 벌여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16일 서울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을 점거하고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하이트진로 본사가 노조에 점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연대 조합원 100여 명은 이날 오전 6시경부터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사옥의 로비와 옥상 등을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점거로 인해 본사 직원들은 한동안 출근을 하지 못한 채 건물 밖에서 대기하다 오전 8시 40분경부터 건물 출입을 시작했다.

 하이트 진로와 화물연대의 갈등은 수개월째 지속 중이다. 3월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0여 명이 화물연대에 가입한 뒤 6월부터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시작했다. 수양물류는 하이트진로의 계열사로 하이트진로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노조는 운임 30% 인상, 공병운임 인상, 차량 광고비 지급 등을 요구하며 하이트진로 경기 이천·충북 청주의 소주공장에서 농성을 해왔다. 이달 2일부터는 강원 맥주공장에서도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가 화물차를 동원해 공장마다 출입로를 막아서면서 하이트진로는 소주와 맥주 등의 제품 출고와 생산을 수차례 중단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강원공장을 점거하던 조합원들이 본사로 몰려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양물류와 화물연대는 10여 차례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특히 계약해지 조합원의 복직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철회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트진로는 화물연대가 사측의 영업을 방해하고 있다며 법적 조치 등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실행했다. 6월 집회 중 비조합원들에 대한 폭행 등 불법행위를 한 조합원 12명은 계약해지 했고, 농성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조합원 11명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날 화물연대는 하이트진로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의 운임은 15년째 제자리”라며 운송료 인상과 함께 사측이 일부 조합원에 청구한 28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취하 등을 요구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시위는 갈수록 격화 양상을 보였다. 이날 하이트진로 본사를 점거한 인원 중 10여 명은 인화물질인 시너를 들고 옥상으로 향하며 “경찰이 오면 뛰어내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은 기동대 등 약 300명을 현장에 투입했고 소방당국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건물 앞에 에어매트를 설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화물연대가 지방의 각 하이트진로 공장 위탁 운송사 소속 조합원들을 서울 본사로 모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불법 점거가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승준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