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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임시정부 활동-산업화-민주화 모두 독립운동”

尹 “임시정부 활동-산업화-민주화 모두 독립운동”

Posted August. 16, 2022 09:02,   

Updated August. 16, 202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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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나라를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독립운동의 의미를 ‘항일’보다는 ‘자유 추구’에 방점을 찍어 재해석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기원을 1919년 세워진 임시정부에서 찾는 진보 진영의 주장을 끌어안는 동시에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립한 대한민국이 ‘역사의 적통’임을 부각시켰다.

 윤 대통령은 이날 7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3·1독립선언과 상하이 임시정부 헌장, 매헌 윤봉길 선생의 독립정신을 언급하며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이같이 규정했다. 그러면서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전체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은 결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운동은 자유와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되찾기 위한 투쟁의 과정이었으며, 그런 점에서 광복 이후 남북 분단 과정에서 독립운동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국가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립한 대한민국이라는 뜻이다.

 그간 진보 진영은 1919년 4월 13일 임시정부 수립일을, 보수 진영은 1948년 이승만 전 대통령의 1공화국 수립을 각각 건국의 기점으로 여겨 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진영 간 소모적인 싸움을 해 온 ‘건국절 논란’을 뛰어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자유를 위한 투쟁의 여정’으로 보는 역사 인식을 드러냈다. 이를 바탕으로 독립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주로 항일 무장투쟁에서 찾던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해 일제강점기 독립을 위한 토양을 구축한 자강(自强) 활동, 6·25전쟁 참전 등의 호국 활동, 1960∼70년대 산업화까지 독립운동의 연장선으로 봤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할 민족 역량을 키워내기 위해 내외에서 교육과 문화 사업에 매진하신 분들, 공산 침략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신 분들, 진정한 자유의 경제적 토대를 만들기 위해 땀 흘리신 산업의 역군과 지도자들, 제도적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희생과 헌신을 해오신 분들이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만든 위대한 독립운동가라는 점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경축사 독회 당시 신흥무관학교를 지원한 이회영 일가, 교육·문화운동을 펼친 도산 안창호 선생과 인촌 김성수 선생 등을 말하면서 ‘국민들은 역사를 배워서 이름을 열거하지 않아도 다 알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경축사를 놓고 전문가들은 새로운 역사 해석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와는 차별화해 8·15를 남북 민족사적 관점이 아닌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차원에서 세계사적 의미를 부각했다”고 밝혔다.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은 특정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일제에 저항한 역사뿐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에서 독립운동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바라보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홍수영기자 gaea@donga.com · 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