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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무관심한 보우소나루에 뿔난 브라질

코로나 무관심한 보우소나루에 뿔난 브라질

Posted June. 02, 2020 09:24,   

Updated June. 02, 202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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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 정국이 전염병 확산에 정치적 혼란이 겹치며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50만 명을 넘은 가운데 대통령 탄핵 찬반 시위대가 맞서며 첫 무력충돌까지 벌어졌다. AP통신은 지난달 31일 브라질 상파울루 등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와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대가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반정부 시위대 수백 명은 상파울루에서 “민주주의!”라고 외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행진 도중 친정부 시위대와 마주치자 이들은 욕설을 하고 주먹질을 주고받으며 충돌을 빚었다. 친정부 시위대 일부는 네오나치 깃발을 들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쏘며 해산을 시도했다. 블룸버그는 이 시위에서 최소 5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최근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향한 불만이 누적되며 브라질 시내 곳곳에서는 반정부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보우소나르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 실패, 기행, 막말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반부패의 상징인 세르지우 모루 법무부 장관의 사임과 거듭된 의회와의 마찰도 여론을 악화시켰다.

 코로나19 대응에도 완전히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브라질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지난달 22일부터 세계 2위를 유지하고 있다. 1일(오후 3시 기준) 브라질의 확진자는 51만4000명, 사망자는 2만9000명을 넘어섰다.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제 감염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하원은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 요구서를 접수한 상태다.

 상황이 이런데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기행(奇行)’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지난달 31일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자신의 지지 집회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등장했다. 지지자들과 접촉해 일일이 손을 잡아준 뒤에는 말을 타고 행진했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정부 지침을 공개적으로 어긴 것이다. 4월 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어쩌라는 것이냐”고 되묻거나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고 브라질리아 시내에서 핫도그를 사 먹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그를 지지하는 극우 세력들은 군부가 개입해 반정부 세력을 진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연방경찰이 보우소나루 대통령 차남 등 측근 17명을 가짜 뉴스 유포 혐의로 압수수색했고, 지지자들이 이에 크게 반발하는 등 정치적 혼란이 커지고 있다.

 한편 이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리우데자네이루 경찰은 빈민지역 흑인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저지르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abc뉴스에 따르면 이 지역 경찰은 2019년에만 빈민가 흑인 1546명을 사살했다.

 시위대는 지난달 18일 이 지역 빈민가에 살던 14세 소년이 경찰에게 사살당한 사건에 항의하며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고 외쳤다. 경찰이 최루탄을 쏘자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고 소리쳤다. 이는 지난달 25일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체포되던 중 사망해 미 전역의 시위를 촉발한 조지 플로이드의 마지막 말이다.


최지선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