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의료 쇼핑’ 환자 부담금 인상…‘구멍’ 막아 건보재정 지켜야

‘의료 쇼핑’ 환자 부담금 인상…‘구멍’ 막아 건보재정 지켜야

Posted February. 05, 2024 08:33,   

Updated February. 05, 2024 08:33

日本語

정부가 어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연간 365회 넘게 외래진료를 받는 환자에겐 올해 7월부터 병원비의 90%를 부담시키기로 했다. 환자가 여러 병원을 오가며 불필요한 진료를 받는 ‘의료 쇼핑’을 줄이려는 조치다. 3000번 넘게 외래진료를 받는 등 하루 평균 1회 이상 병원에 가는 이들에게 투입된 건보재정만 지난해 268억 원에 이른다. 반대로 의료기관을 분기별 1회 미만으로 이용하면 건보 가입자에게 연간 12만 원까지 돌려주는 ‘의료 바우처’ 제도를 청년층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다고 한다.

정부가 건보 보장률을 높이는 일에 치우쳤던 데서 벗어나 늦게라도 재정 건전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난 정부에서 이뤄진 급격한 보장성 강화는 실손보험 활성화와 맞물려 과잉 의료를 유발하고 건보 재정을 좀먹었다. 초음파와 MRI 진료비는 2018년 이후 3년 만에 10배로 증가해 1조8000억 원이 됐다. 우리나라의 연간 외래 이용횟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 수준이다. 그 결과 건보 재정 수지는 내후년부터 적자로 돌아서서 2028년엔 적자 폭이 1조6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심각한 수준에 이른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공백을 없애고, 취약계층 및 희소 난치성 질환 환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선 탄탄한 재정이 필수적이다. 건보재정이 새는 구멍을 철저히 틀어막아야 한다. 감기 등 경증질환의 본인부담금을 높이는 방안이나 실손보험처럼 일정 금액까진 전액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

또한 건보 재정도 10년 이상의 장기 추계를 바탕으로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건보 준비금을 2028년에도 지금과 비슷한 수준인 약 28조 원 가량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올해부터 5년치만 추산한 결과다. 하지만 2030년엔 인구 네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이 되고, 생산연령인구는 앞으로 10년 동안 332만 명이 감소한다. 이후엔 준비금 고갈이 시한폭탄처럼 다가온다. 현재 8%인 보험료율 법정 상한 인상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관련 질문을 받은 당국자가 브리핑에서 ‘건강보험은 (당해년도의 지출을 예측해 대응하는) 단기보험’이라는 말로 때울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