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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LH 혁신, 정부가 책임져야

Posted August. 18, 2023 08:52,   

Updated August. 18, 202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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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사태를) 권한 독점과 조직 비대화, 허술한 내부통제 장치 등 구조적 문제로 진단한다.”(2021년 6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방안)

“가장 기본적인 공직 윤리도 지켜지지 못해 조직 존립 자체까지 위협받는 상황.”(지난해 6월 LH 혁신점검 TF 회의)

“투기사태로 훼손된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반부패, 청렴 문화 확산을 위한 실천에 나서겠다.”(지난해 12월 LH 혁신 선포·청렴 서약식)

2021년 발생한 LH 직원들의 땅투기 사태 이후 정부와 LH가 쏟아낸 ‘구호’들이다. LH 혁신 의지를 강력하게 내보이는 발언이 반복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LH 발주 아파트에서 보강철근이 누락되고 설계·시공·감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이 말들은 모두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특히 해당 단지 설계와 감리를 LH 퇴직자가 취업한 회사가 대거 맡은 것이 알려지며 LH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2년 만에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

LH 전관특혜 문제가 도마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LH 땅투기 당시에도 전·현직 직원들이 개발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땅 투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사회적 공분을 샀다. 결국 2021년 6월 발표된 ‘LH 혁신방안’에도 퇴직자 취업제한 대상을 당시 임원(7명)에서 부장급(2급) 이상(529명)으로 늘리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퇴직자가 취업한 회사에 대해서는 퇴직일로부터 5년 이내에 수의계약을 금지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해 신임 이한준 사장이 취임한 뒤 같은 해 12월 발표한 LH 혁신안을 보면 이 중 수의계약 금지 관련 내용이 ‘LH 출신 퇴직 감정평가사, 법무사가 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 등과는 퇴직일로부터 5년간 수의계약을 제한한다’고 구체화됐다. 퇴직자의 직종도 한정됐고 재취업한 회사의 임원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이런 허점을 이용해 LH 퇴직자가 재취업한 전관 업체들은 최근까지도 LH에서 각종 계약을 따냈고, 부실공사 사태를 키웠다.

물론 수십 년간 공기업에서 일하며 축적한 노하우를 민간에서 활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전관 ‘특혜’가 되지 않도록 정당하게 계약을 따내고 제대로 공사하는지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스스로 마련한 혁신안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조직이 그런 실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도 이번 부실공사 사태에 책임이 있다. 2021년 땅투기 사태 이후 정부는 LH를 쇄신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해체 수준의 쇄신’은 내부 조직 개편 수준으로 유야무야됐다. 2단계에 걸쳐 LH 전체 인력을 20% 이상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2020년 9683명에서 올해 7월 현재 8885명으로 약 8.2% 줄어드는 데 그쳤다.

“빛 좋은 개살구” “추락하는 조직” “좋았던 회사” “크기만 한 회사”…. 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LH 직원들이 LH에 대해 스스로 내린 평가들이다. LH는 주택 공급부터 주거 복지까지 하는 일이 많은 조직이다. 국민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한다. 스스로 달라지지 못한다면 정부가 나서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