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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강국’ 독일의 시련… ‘中 의존’ 한국 경제도 안심 못 한다

‘제조업 강국’ 독일의 시련… ‘中 의존’ 한국 경제도 안심 못 한다

Posted August. 25, 2022 08:54,   

Updated August. 25, 202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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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의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이 혹독한 시련기를 맞고 있다. 러시아에서 들여오던 가스 공급량이 급감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악화일로다. 동아일보의 현장 르포에 따르면 바스크 같은 독일 주요기업은 가뭄까지 겹친 에너지난으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져 생산을 중단할 처지다. IMF의 내년 독일 경제성장률 예측치는 0.8%. 독일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독일의 위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부족 문제에서 출발했다. 가스의 러시아 의존도가 55%에 달했던 독일이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와 러시아의 보복적 가스 공급 중단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러시아의 값싼 에너지에 의존해온 독일의 성장 전략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독일의 경제 구조도 요동치는 대외 상황에 흔들리고 있다. 독일 기업들은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와 성장 둔화에 따른 수출 감소로 고전 중이다. 미중 간 충돌, 미국에 맞선 러시아와 중국의 밀착, 이를 견제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 등으로 대중 수출 길은 더 좁아지는 형국이다. 격화하는 신냉전이 독일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독일의 상황은 한국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한국 또한 독일만큼 해외 에너지 의존도와 수출 비중이 높다. 미중 갈등을 비롯한 신냉전 속 지정학적 위기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사드 등을 이유로 한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이 상존하지만 반도체 대중 수출은 60%(홍콩 포함)에 이르고, 전기차 배터리 부품의 중국 의존도는 오히려 늘어났다. 격화하는 미중 갈등의 불통이 튈 경우 한국도 언제든 독일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말이다.

 신냉전이 부추기는 전 세계의 자국 중심주의와 에너지 보호주의 움직임 또한 거세지고 있다. 세계 5위 에너지 수입국이자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은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인플레이션의 파고 속에 이제는 경기침체 그늘까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복합 위기의 여파는 예상보다 강하고 길게 갈 가능성이 높다.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지 않고는 신냉전으로 인한 리스크 대응이 불가능해지고 있다. 정부는 공급망과 수출시장 다변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에너지와 식량 안보 상황을 점검하고 핵심 전략물자들의 수급 상황도 꼼꼼하게 챙겨야 할 때다. 독일을 반면교사 삼아 급변하는 대외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다각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