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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도시환경을 위한 건축의 조건

Posted April. 16, 2022 09:04,   

Updated April. 16, 202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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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학교, 직장, 박물관, 관공서, 공원…. 사람들은 도시와 건물을 이야기할 때 보통 ‘나’를 위주로 생각한다. 이왕이면 직장이 지하철역 인근에 있으면 좋고 집 근처엔 공원 하나쯤은 있길 바라며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근처에는 유명 학원가가 있어야 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개인의 욕구만을 충족하는 도시는 자칫 괴물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시대를 초월해 도시를 함께 점유하는 공공(公共)의 필요성을 우선시하는 것이 건축의 기본이자 바탕에 깔린 철학이다.

 건축가인 저자는 여러 도시의 다양한 건축물에 관해 말한다. 서울의 광화문과 경복궁, 보스턴 공공도서관, 뉴욕 그라운드 제로, 도쿄 호류지 박물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한 도시의 랜드마크가 된 건축물의 역사를 통해 지역과 사회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두루 살핀다.

 “건축은 지나간 시간을 정리하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준비한다.” 저자가 서문에서 말하듯 건축은 도시가 품은 과거와 직간접적 영향을 주고받는 현재, 새롭게 디자인될 미래에 관한 모든 것을 아우른다. 고로 책 곳곳엔 개별 단위의 지역과 도시, 나아가 국가가 직면한 많은 문제를 풀어낼 통찰이 담겨 있다. 바다 건너 대륙의 도시에 지어진 건축물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지금 우리의 도시가 겪는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이러한 결론을 두고 저자는 “곁눈질을 통해 우리의 상황을 바라보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저자가 2년여간 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한데 모은 만큼 짧은 호흡의 글이 기다란 병렬 구성을 이룬다. 그렇다고 해서 전체를 망라하는 줄기가 없는 건 아니다. 혁신, 전통, 수변(水邊), 높이, 흐름, 공공, 기념. 12년간 여러 책을 통해 저자가 끊임없이 질문해 왔던 건축에 관련한 문제의식을 담은 키워드가 담겼다. 그중에서도 “한정된 재원 속에서 더 나은 환경이 되기 위한 건축의 우선순위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라는 물음에 저자는 혁신, 수변, 흐름을 꼽았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