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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 봉쇄’ 주도한 英전문가, 감염뒤 내연녀와 밀회 파문

‘강력 봉쇄’ 주도한 英전문가, 감염뒤 내연녀와 밀회 파문

Posted May. 07, 2020 08:26,   

Updated May. 07, 2020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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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정책을 주도한 감염병 전문가 닐 퍼거슨 런던 임피리얼칼리지 교수(51)가 격리 지침을 어기고 자택에서 연인 관계인 기혼 여성을 만난 사실이 드러나 5일 사퇴했다. 이날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2위를 기록함에 따라 정부 방역대책의 총체적 난국을 보여줬다는 비판이 거세다.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퍼거슨 교수는 성명을 내고 “잘못된 행동을 했다. 지속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훼손해 깊이 후회하고 있다”며 정부의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3월 23일 봉쇄령을 발령했다. 하지만 3월 30일과 지난달 8일 퍼거슨 교수와 연인 안토니아 슈타츠(38)는 퍼거슨의 자택에서 만났다. 슈타츠는 남편과 두 아이를 둔 기혼녀로 당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특히 3월 30일은 퍼거슨 본인이 “봉쇄령을 6월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날이어서 ‘내로남불’ 비판이 상당하다. 퍼거슨의 사퇴가 개인의 단순 일탈로 끝나지 않고 영국의 방역 대책에 큰 흠집을 낼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그가 이끌고 있는 임피리얼칼리지의 감염병 연구소 ‘MRC센터’는 3월 16일 “영국이 강력한 억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51만 명이 숨질 수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내놨다. 이후 집권 보수당은 기존의 ‘집단 면역’ 전략을 포기했고 7일 후 봉쇄령도 발령했다. 가디언은 “퍼거슨이 영국을 넘어 프랑스, 독일, 미국이 봉쇄령을 내리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그의 사임이 정부의 권위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이언 덩컨스미스 보수당 의원 역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한 정부의 메시지 자체를 약화시켰다”고 비판했다.

 6일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영국 사망자는 2만9427명에 달한다. 유럽 최대 피해국인 이탈리아(2만9315명)를 넘어섰고 미국(7만2275명)에 이어 세계 2위다. 확진자 대비 사망자를 뜻하는 치사율은 15.1%다. 이로 인해 봉쇄령 해제에 들어간 다른 유럽국가와 달리 영국은 아직 경제정상화 시점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