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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천-인터뷰 번복 강요...트럼프에 찍힌 美보건당국자 ‘수난’

좌천-인터뷰 번복 강요...트럼프에 찍힌 美보건당국자 ‘수난’

Posted April. 24, 2020 08:19,   

Updated April. 24, 2020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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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건당국자들이 잇따른 수난을 겪고 있다. 대통령에 반하는 행보를 보였다는 이유로 좌천되거나 인터뷰 발언 번복을 강요당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릭 브라이트 전 보건복지부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 국장(54)이 22일 성명을 통해 인사 보복 사실을 폭로했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신의 선물’ ‘게임 체인저’라고 극찬한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등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쓰려는 것을 반대하다 좌천됐다고 주장했다.

 21일 갑자기 국립보건원(NIH) 부차관보 발령을 받았다는 브라이트 전 국장은 “정치적 연줄로 홍보된 위험한 약물에 투자하는 것을 반대했다. 그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지도부와도 마찰이 있었다”며 “정치와 정실 인사를 과학보다 우선하면 보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을 망친다”고 강력히 질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물을 만병통치약처럼 홍보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 셈이다. 그는 자신의 부당 인사에 대한 감사를 요청하겠다고도 강조했다.

 BARDA는 생물학적 테러, 감염병 위협 등에 대응하는 전담기구다. 면역학 박사인 브라이트 전 국장은 10년 전 BARDA에 합류했고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주도해 왔다. CNN은 그가 거론한 외압이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53)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형 제약사 일라이릴리 경영자 출신인 에이자 장관이 주무 장관임에도 최근 몇 주간 대통령에게 열외 취급을 당했고 의사결정 권한이 없다고 보도했다. 에이자 장관 역시 최근 백악관 보좌관에게 자신이 더 이상 책임자가 아니라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언론이 하루 전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69)의 발언을 잘못 인용했다며 그를 연단으로 불러 세웠다. 레드필드 국장은 당시 “다가올 겨울의 바이러스 공격은 지금보다 더 힘들 수 있다. 독감과 코로나19를 동시에 겪으면 보건 체계에 상상할 수 없는 부담을 안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발언이 자신의 조기 경제 정상화 방침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여긴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가짜뉴스가 자신의 발언을 잘못 인용했다는 성명을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단에 선 레드필드 국장은 “대중에게 독감 백신을 맞으라고 강조하려 했다”고 언급했다. 인터뷰 발언을 부인하지 않은 채 방점이 다른 곳에 있었다며 대통령의 주장을 완곡히 거부한 셈이다.

 낸시 메서니어 CDC 면역호흡기질환 국장 역시 2월 26일 코로나19의 미국 내 대유행을 경고해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 당시 인도 순방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메서니어 국장의 발언 후 뉴욕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격분했다. 미국 환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보건당국자의 선제적 언급이 주가 하락을 이끌어 자신의 재선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