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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작은 지자체의 마스코트 ‘구마몬’의 기적  

일 작은 지자체의 마스코트 ‘구마몬’의 기적  

Posted December. 29, 2018 08:42,   

Updated December. 29, 201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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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짓 무게 잡고 집었다가 낄낄거리며 페이지를 넘겼다.

 사실 ‘구마몬(혹은 쿠마몬·くまモン·사진)’의 성공신화는 알 만큼 아는 얘기다. 2010년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의 마스코트로 만든 이 곰돌이는 탄생 약 1년 만에 헬로키티, 도라에몽과 어깨를 견줄 캐릭터로 성장했다. 이후 세계적인 붐을 일으키며 지난해 창출한 매출이 1조4000억 원이라고 한다. 국내도 인터넷만 검색해 봐도 구마몬 관련 상품이 무수히 쏟아진다.

 하지만 ‘구마몬의…’는 달콤한 열매에 취하기보단 ‘캐릭터 왕국’ 일본에서 구마몬이란 씨앗이 어떻게 꽃을 피울 수 있었는지를 알뜰살뜰 소개한다. 예산도 넉넉지 않은 조그만 지방자치단체에서 아이디어로 승부해 키워낸 과정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지역 홍보에 얽매이지 않고 캐릭터부터 키운 승부수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적극 활용해 스토리텔링을 쌓아간 전략 등 배울 점이 넘쳐흐른다.

 놀랍게도 이들은 책마저 재밌게 썼다. 구마몬 이미지를 살리고 싶었던 걸까. 통통 튀는 문장이 갈수록 다음 얘기를 궁금하게 만든다. 분명 치열했을 고민을 잘 전달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자칫 백서(白書)만큼 딱딱할 뻔한 소재를 한 편의 신나는 모험담으로 탈바꿈시켰다.

 살짝 시샘도 피어오른다. 뭣보다 구마몬이 이만큼 성장한 건 담당 관청의 공이 가장 컸다. 단지 ‘열심히’ 했기 때문이 아니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기관장과 기본을 지키되 경계에 얽매이지 않은 공무원들이 똘똘 뭉쳐 이룬 결과다. 우리로선 참으로 낯설기만 하다. 그래도 최근 국내 관공서도 ‘구마몬 배우기’ ‘타도! 구마몬’ 열풍이 불고 있다니 기대해 봐도 좋을까. 제발 일렬로 쭉 서서 사진 찍고 오는 시찰 따위에 돈 쓰지만 마시길. 책에 나온 이 한 문장을 기억해주시길.

 “저(구마몬)의 최대 목표는 ‘현민(縣民)의 행복량 최대화’입니다.”


정양환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