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어제 처가의 강남역 부동산 매매 의혹을 비롯 꼬리를 문 의혹에 대해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해명에 나섰다. 이날 그는 “정무적으로 책임질 생각 없다”며 언론의 의혹제기만으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진경준 검사장 사태 이후 우 수석이 언론과 만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그의 뒤늦은 해명은 되레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우 수석은 넥슨에서 구입한 처가의 강남역 인근 부동산에 대해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회장에게 부동산을 사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장인의 사망 후 상속세 문제로 처분 못해 애를 먹던 1300억 원대 부동산이 하필이면 그와 가까운 진경준 검사장의 친구가 대주주인 넥슨에서 냉큼 사들인 것이 우연의 일치라는 이야기다. 그는 사건 초기에 “처가 땅 매매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어제는 “장인의 땅을 팔게 된 것을 슬퍼하는 장모를 위로하기 위해 현장에 있었다”고 말을 바꾸었다.
무엇보다 2015년 진 검사장의 진급심사과정에서 넥슨 주식 소유와 관련해 부실검증을 했던 사실을 해명에서 빠트린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우 수석은 올 3월 진 검사장 주식대박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개인 간의 주식 거래로 수익을 남긴 것이 뭐가 문제냐”며 감싸고 돌았다. 진 검사장은 우 수석이 거쳐간 금융조세조사2부장 부천지청장 등을 이어받는 등 친밀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부실검증과 비호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첫 현직 검사장 구속 사태를 가져온데 다른 반성이나 사과 한 마디 없었다.
그는 의경인 아들의 특혜 논란에 관해 “아버지로 가슴 아픈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언론이 이런 문제까지 후벼 파느냐는 불만에서 나온 말 같다. 하지만 ‘금수저 아들’의 ‘꽃보직 전출’을 바라보는 평범한 부모의 가슴도 아플 것이다.
민정수석은 청와대에서 검찰과 국가정보원을 관할하는 중책이다. 우수석의 고소로 그와 관련한 언론보도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 수사가 시작됐지만 우 수석이 그 자리에 눌러 있는 한 누가 그 수사의 공정성을 믿어주겠는가. 그는 “언론보도에 대한 (해명) 보도자료를 쓰느라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며 언론의 협조를 요청했다. 본인 해명만을 믿고 언론이 의혹 보도를 중단하라는 말인가. 그는 “대통령님 위해 성실히 최선을 다해 일해 왔다”고 말했으나 이제 대통령을 위해 거취를 고민할 때가 왔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