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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 큰손 떠오른 ‘노인표파워’...은퇴 노년층, 젊은세대와 ‘부의 역전

정치판 큰손 떠오른 ‘노인표파워’...은퇴 노년층, 젊은세대와 ‘부의 역전

Posted March. 25, 2016 07:55,   

Updated March. 25, 2016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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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한 노인 세대가 한창 일하는 젊은 세대보다 소득이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기대수명 증가로 노년층이 급증하고 이들의 선거 참여율이 젊은층보다 높아 정치 영향력도 커진 결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은퇴한 노인들의 소득은 전체 평균보다 적은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젊은 세대가 실질임금 정체로 고통 받는 반면 노년층은 연금 혜택 등을 계속 누리면서 부의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고 21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스페인의 65세 이상 노년층의 중간 소득은 국가 전체의 중간소득보다 3% 많다. 프랑스 65세 이상 노년층의 소득도 2% 많다. 일하는 젊은 세대를 포함한 국민 전체의 중간 소득이 100이라면 스페인 노인들은 103, 프랑스는 102를 벌고 있다는 이야기다. 2008년 스페인 노년층의 중간 소득은 전체의 86%였고, 프랑스는 96%였다.

 미국과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금융위기 이후 노인들의 경제적 삶이 오히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미국 노년층의 중간 소득은 전체 중간 소득의 69%였는데 2014년엔 77%로 높아졌다. 영국 노인 세대의 중간 소득도 같은 기간 78%에서 89%로 증가했다. 특히 영국의 경우 이 기간 근로자 가구의 연간 소득은 5.5%(2298달러·약 267만 원) 감소한 반면 노인들의 연간 소득은 7.3%(2010달러·약 233만 원)나 늘었다.

 세대 간 문제를 연구하는 영국 런던의 싱크탱크 ‘인터제너레이셔널 재단’의 리즈 에머슨 공동설립자는 “평균수명의 갑작스러운 증가에 글로벌 금융위기, 노인층의 선거 영향력 확대가 결합되면서 젊은 세대에겐 ‘퍼펙트 스톰’ 같은 재앙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제위기 이후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노인들을 보호하려는 정책은 유지되거나 강화됐다. 각국 정부는 경기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여러 정책 처방을 내놓고 있지만 증가하는 노인층의 표를 의식해 돈이 많이 드는 연금 같은 사회보장제도엔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통계에 따르면 유럽 각국의 정부 지출에서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금융위기 이후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이 젊은층(18∼29세)의 압도적 지지(80%대)를 받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버몬트 주)의 추격을 따돌리는 데에도 노인층의 절대적 지지(80%대)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클린턴의 노인 표가 샌더스의 젊은 표보다 더 위력적인 건 투표율 때문이다.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2012년 대선 당시 65세 이상의 투표율은 72%, 18∼29세의 투표율은 45%였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 두 연령층의 인구 규모는 비슷하지만 투표율의 차가 커 실제 득표율에선 노인 표의 영향력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