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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장인 먹선과 레이저 계측 선 거의 일치"

"백제 장인 먹선과 레이저 계측 선 거의 일치"

Posted December. 17, 201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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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년 전 다듬은 심주석(탑의 중심 기둥 돌) 주위를 사람 키 높이의 12개 기둥 돌이 마치 스톤헨지처럼 둘러싸고 있다. 3단 심주석 위로 빨간 레이저선이 십() 자로 교차하고 있다. 수 t에 이르는 화강암의 정확한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서다.

16일 전북 익산시 미륵사지 서쪽 석탑 보수 정비 현장. 김현용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발굴 조사 결과 백제시대 장인들이 돌 위에 먹으로 그린 선과 레이저선이 거의 일치했다고 말했다. 레이저 계측 장비 없이 추만 갖고 비교적 정확한 위치를 알아낸 셈이다. 서기 639년 이 자리에는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9층짜리 석탑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1998년 안전진단부터 시작해 올해로 18년째 해체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인 미륵사지 석탑의 1층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전통 방식대로 거대한 화강암 원석을 석공들이 일일이 정으로 쪼아 다듬다 보니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 발굴 조사 결과를 토대로 돌을 쌓아올릴 때마다 중간에 흙을 깔아 주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김덕문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장은 표면이 울퉁불퉁한 돌 사이에 흙을 깔면 돌의 하중을 골고루 분산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며 1000년 넘게 서쪽 석탑의 탑신이 온전하게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은 이런 과학적인 공법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보수 정비가 끝나는 2년 뒤 미륵사지 서쪽 석탑은 일제강점기 콘크리트 보수가 이뤄진 6층(14.2m)까지만 부분 복원이 이뤄지게 된다.

일부 주민은 1992년 복원이 끝난 동탑처럼 본래 층수인 9층으로의 복원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학계와 문화재계는 불완전한 모습이지만 6층까지만 보수 정비하려는 연구소의 계획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미륵사지 석탑에 대한 설계도나 관련 기록이 전무한 상태에서 원형을 확인할 길이 없는 79층을 상상으로 복원하는 건 역사적 진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올 7월 미륵사지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조건도 원형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수 정비 방식이었다.

익산=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