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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망하기 쉬운 창업

Posted May. 30, 201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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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전문점의 전성시대다. 시장 규모가 2006년 4300억 원에서 지난해 2조4000억 원으로 커졌고 올해는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판매점들은 성장의 과실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판매점은 2006년 1500곳에서 지난해 1만2400곳으로 시장 규모가 커진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었다. 브랜드 매장은 매장 임차료와 본사에 내는 로열티 부담이 커 영업 생존기간이 전국 평균 7개월에 불과하다. 살아남을 매장과 죽을 매장으로 교통정리가 되는 데 대체로 2, 3년이 걸린다.

올해 4월까지 신설법인 수가 매달 평균 630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늘어 사상 최고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기업이 많이 생겨 일자리 증가가 기대된다면 다행이지만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다. 신설법인 대부분이 자영업자가 만든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 8월 이후 종업원 5인 이상의 사업장은 줄었고 4인 이하 사업장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30, 40대 창업이 약간 늘어난 반면에 50세 이상 창업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직장에서 밀려난 50대들이 적은 자금으로 음식숙박 도소매 등 전통적인 자영업에 대거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아파트단지 앞 골목에는 미장원 7개가 경쟁을 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소득이 하위 20%에 속하면서 경쟁이 극심한 분야에서 영세한 규모로 영업하는 생계형 자영업자가 170만 명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창업 자영업의 1년 생존율이 70%, 3년 생존율은 45%에 불과하다. 고령층의 자영업 창업이 늘어나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자영업자가 망하면 정책적인 보호도 거의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올해 1월 시작된 근로복지공단의 자영업자 고용보험이 그나마 버팀목이 될 수 있으나 현재 가입자가 6770명에 불과하다. 이 보험은 자영업자가 비자발적으로 폐업하고 취업을 못하면 실업 급여를 준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영업이 부진한 자영업자도 폐업을 꺼리는 경향이 있지만 최소한의 장치는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레드 오션 자영업에 대해 근본적인 처방을 찾아내야 한다. 올해 말 대통령선거에 나서는 정치인들이 자영업자 200만 명을 기업형 일자리로 옮기게 할 대책을 고민하기 바란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