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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바람 부는 평양 김정일의 대남 일꾼 김정은이 자르나 (일)

피바람 부는 평양 김정일의 대남 일꾼 김정은이 자르나 (일)

Posted July. 15, 201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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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 초부터 북한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음을 감지했다. 지난해 5월 이후 남북 접촉에 나선 인사들이 북한으로 돌아간 뒤 숙청당했다는 첩보가 속속 접수됐기 때문. 급기야 지난해 말 남측을 방문해 비밀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류경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이 올 초 총살을 당했다는 첩보까지 입수되자 정부 당국자들은 바짝 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북한이 대남 대화 담당자 30명가량을 대대적으로 숙청한 것은 김정은으로의 세습 과정이 요동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게 정부당국의 분석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남북대화의 끈을 유지해왔다. 실제 북한은 2009년부터 계속해서 남북 비밀접촉에 나섰다. 김일성 전 북한 국가주석이 1994년 사망 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불러들이고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한 것과 유사한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무엇보다 북한 지도부는 2012년 강성대국 진입과 3대 세습을 공식화하려면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필요했다. 대화에 나서야 식량을 비롯해 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 얼마 전까지는 공식 대남기구인 통일전선부가 아닌 국방위원회, 보위부 일부도 대화의 전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군부 강경파들은 오히려 대화 국면이 전개될 경우 입지가 약화될 것을 우려했다는 게 대북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권력 장악을 위해 대화를 중단시키는 도발을 감행하거나 대화파를 밀어내고 있다는 것. 대화파의 잇따른 숙청은 김정은 권력의 형성과정에서 일어난 권력투쟁의 결과라는 얘기다.

실제로 2009년 10월의 남북 비밀접촉, 그해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북으로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던 상황에서 지난해 3월 천암함 폭침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지난해 하반기 개성에서 남북 당국이 비공개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1월 연평도 포격이 벌어졌다.

연평도 포격 직후에도 류경은 비공개 남북 접촉에 나서는 등 대화와 도발이 중첩돼 벌어지는 이상 상황이 지속됐다. 하지만 강경파와 대화파의 대결에서 이제 균형추가 강경파 쪽으로 기울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실제 류경이 숙청된 데 이어 5월 중국 베이징에서의 남북 비밀 접촉도 북한의 폭로성 공개로 중단됐다. 2월 남북군사실무회담의 결렬도 대화에 부담을 느낀 군부의 돌변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북한 군부의 대화파가 분위기를 잡아가다가 결국 강경파가 나서 분위기를 확 바꿨다는 것이다.

강경파들은 대화파가 남측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한 발언 등을 숙청의 빌미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류경을 비롯해 적지 않은 인사들이 남측에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권력 투쟁에서 숙청하기 가장 좋은 명목이 반역죄, 간첩죄라고 말했다. 대화파는 아니지만 주상성 전 인민보안부장이 3월 숙청된 것은 북한 내부가 권력투쟁으로 상당히 불안하다는 증거라는 해석이 많다.

결과적으로 통일전선부와 외무성 등 공식적인 대남, 대미 기구는 힘을 못 쓰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1일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사태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고 말해 정책 기조 변화를 시사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북한 내부의 리더십이 변해야 대화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정부소식통은 내다봤다.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