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도쿄대1곳보다 네이처 논문 적은 나라의 교육

[사설] 도쿄대1곳보다 네이처 논문 적은 나라의 교육

Posted April. 16, 2011 08:35,   

日本語

지난 한해 국내 연구기관이 세계적 과학전문잡지 네이처에 낸 논문을 모두 합해도 일본 도쿄대 한 곳에 못 미친다. 아시아권에서는 도쿄대가 1위에 올랐고 서울대는 10위, KAIST 11위였다. 개별 저자의 부분적 참여도까지 감안한 점수는 도쿄대가 34.33점, 서울대 4.87 점, KAIST는 4.59점이었다. 한국의 대학, 공공연구기관, 기업연구소 등 모든 연구기관을 합친 점수도 24.57점으로 도쿄대 하나에 크게 못 미친다.

도쿄대는 세계 전체에선 6위였다. 72.72점으로 1위인 미국 하버드대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다. 한국의 과학교육이 자리하고 있는 위치가 어디쯤인지 짐작할 만하다. KAIST의 서남표 총장이 경쟁상대로 정한 미국 MIT는 세계 5위로 도쿄대보다 한 단계 앞서 있다. KAIST가 MIT를 따라잡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교수와 학생의 분발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한국은 국토도 작고 자연자원도 별로 없다. 우리가 내세울만한 것은 인적자원뿐이다. 한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빈국에서 경제규모 13위의 국가로 성장한 것은 무엇보다 교육과 과학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10년 후 이 나라를 먹여 살릴 힘이 교육과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인적 경쟁력 말고 어디서 나오겠는가. 지난해 가까스로 1인당 국민총소득(GNI) 2만 달러를 턱걸이한 한국이 3만 달러를 달성하는 것도 과학기술 강국이 돼야 가능하다.

서 총장은 2006년 취임 이후 교수 정년보장 심사강화, 학부 전 과목 100% 영어 강의, 학점 부진 학생 장학금 삭감 조치 같은 개혁을 추진했다. 최근 학생 4명이 자살했다고 하지만 정확히 분석해보면 학점 부진과 관련된 자살은 1명밖에 없다. 이번 위기가 개혁의 후퇴로 이어진다면 과학적이어야 할 KAIST가 가장 비과학적인 대응을 하는 셈이 된다. 정치사회 일각의 개혁 후퇴 부추김은 국가사회의 장래에 무책임한 인기영합이고, 교육정책에 대한 정치 공세적 성격도 있다.

학생들은 최근 총회에서 서남표식 개혁을 실패로 규정한 안건을 부결시켰다. 한국 최고의 과학도다운 성숙한 대응이다. 어제 열린 이사회도 서총장의 거취와 그의 개혁조치에 대한 결정을 유보했다. 개혁의 부작용을 줄일 지혜는 필요하지만 개혁 자체를 포기하면 세계적인 대학은 더 멀어진다.

KAIST는 거의 100% 국민 세금과 기부금으로 유지되는 세계에 보기 드문 형태의 대학이다. 이런 KAIST조차 세계 유수 대학들과 어깨를 겨룰 수 없다면 우리 과학기술의 장래, 나아가 국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서울대 등 다른 대학들도 한국의 네이처 논문 실적을 보면서 각성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