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이번엔 우라늄 카드 김정은 체제서도 강대강핵전략 예고 (일)

이번엔 우라늄 카드 김정은 체제서도 강대강핵전략 예고 (일)

Posted November. 22, 2010 05:52,   

日本語

북한은 수백 개(hundreds of hundreds) 원심분리기의 존재를 미국의 저명한 핵과학자에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의 가동 사실을 만천하에 밝혔다. 이는 평북 영변의 원자로에서 추출된 플루토늄 이외에도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무기 개발이라는 두 길 보기를 모두 완성했다는 의미로 북핵 협상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연간 핵무기 1개(농축우라늄 20kg 기준)를 만들기 위해서는 원심분리기가 1000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 북한이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에게 말한 원심분리기 2000대 보유가 사실이라면 북한은 연간 2개의 핵무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1일 아직은 북한이 (우라늄)농축 등을 진행하는 것이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핵무기 개발로 가는 두 길 보기 완성

2002년 10월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의 존재는 실체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로 8년 이상을 끌어왔다. 2009년 6월 북한 외무성은 우라늄 농축작업에 착수했다고 선언했고, 북한에 핵 기술을 전수한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 박사도 3000개 이상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해 소규모 우라늄을 농축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많았다. 하지만 이달 초 방북했던 헤커 박사가 육안으로 원심분리기의 가동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북한의 핵능력은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이라는 것이 입증됐다.

원자로라는 구체적인 현장이 있는 플루토늄 추출 방식에 비해 우라늄농축을 통한 핵무기는 지하의 소규모 작업공간에서 은밀한 제조가 가능하고 방출되는 방사능도 매우 적어 외부 감시가 어렵다는 점에서 훨씬 더 심각한 위협이 된다. 황해북도 평산과 평안남도 순천에 우라늄 광산이 있어 자급자족이 가능하며 정련공장 역시 황해북도 평산과 박천에 두 곳이나 있다.

북한의 의도는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공개한 것은 다분히 벼랑 끝 전술을 통해 향후 시작될 협상국면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날인 지난해 1월 20일 평양 인근 산음동 연구소에서 장거리 로켓 2기를 열차에 실어 나르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노출시키면서 북한식 압박을 시작했다. 이 방법이 먹히지 않자 지난해 4월에는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고 5월에는 2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방식으로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핵 없는 세상 구현을 외교안보 지상과제로 설정했고 핵 확산을 레드라인으로 간주하고 있는 미국이 협상장으로 복귀하도록 만들기 위한 전술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오바마 행정부가 확고하게 세운 악행에 대해 보상하지 않겠다는 원칙. 북한이 국제사회의 규범을 무시하고 핵무기 개발에 나서는 상황에서 대화를 재개하는 것 자체가 북한에 일종의 보상을 주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한 상태다. 미국 외교가에서는 이번 원심분리기 공개가 북한이 비핵화 의지에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핵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비판론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북한의 새로운 위기 조성에 고심하는 한국 정부

북한은 헤커 박사 외에도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에게도 우라늄 농축이 경수로 개발을 위한 전력 충당이라는 평화적 목적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은 핵실험 이후 취해진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1874호에 따라 모든 핵 활동이 금지된 만큼 관련 국제법을 모두 어겼다는 게 한국 정부 당국자들의 판단이다. 정부가 최근 6자회담은 비핵화 분야로, 천안함은 별도의 루트를 통한 사과를 받는 방식으로 현안을 분리해 접근해왔지만 결국 북한으로부터는 부정적인 답변을 듣게 된 셈이다.



하태원 김영식 triplets@donga.com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