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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홍위병 학교

Posted August. 26, 201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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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1966년 기존 권위에 반기를 들라는 마오쩌둥의 선동에 가장 먼저 뛰어나온 집단은 학생들이었다. 학교마다 혁명조직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사회정의와 계급의식에 불타던 중학생 류칭은 일본 유학을 갔다 온 교사의 사상성을 비판했다. 교수이던 친구 아버지를 인민의 적이라며 몰아냈다. 교사와 수업이 사라진 교실은 만리장성 투쟁조니 두려움 없는 붉은 혁명군 같은 동아리 차지가 됐다. 열 살 남짓한 어린 학생들은 홍소귀(어린 홍위병)라고 불렸다.

류 씨는 지금 중국 광둥성과 말레이시아에 공장 여러 개를 운영하는 사업가다. 문화혁명의 기억은 잃어버린 10년 세월에 대한 아쉬움뿐이다.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6년 경기 평택시에 투자하려던 그가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한 말이 있다. 여기 올 때마다 학생시위 노동자시위를 본다. 한국에서 문화혁명이 일어나고 있나 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교육정책 수립에 학생들을 제도적, 조직적으로 참여시키는 서울교육 학생참여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21세기 민주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학생 자치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곽 교육감 취임식 때 전교조가 추천한 학생 대표로 나와 일제고사를 없애주세요하고 외쳤던 여중생 같은 아이들이 학생참여위원회에 모이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명칭부터 이념, 정책까지 죽은 좌파 대통령의 참여민주주의를 부활시킬 모양이다.

학생()들이 아직 배우는() 인생()임을 모른다면 곽 교육감은 교육감 자격이 없다.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선거권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 18세냐, 19세냐의 차이는 있지만 초딩에게까지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주는 나라는 없다. 교육정책은 전문성과 판단력이 요구된다는 것을 모른다면 더더구나 교육감 자격이 없다. 그가 체벌금지로 교사의 교육력을 무력화하고, 청소년인권조례를 통해 학교를 정치투쟁의 장()으로 만들고, 학생참여위원회로 학생을 정치꾼화하는 좌파교육 3종 세트를 밀어붙이는 이유가 궁금하다. 부산교대 김정래 교수는 기존의 교육제도와 권위를 허물어 우리 사회기반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전교조로도 모자라 학생들까지 홍위병으로 만들어서 대체 어쩌자는 건가.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