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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골 불패

Posted June. 23, 201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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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골을 허용하는 바람에.

허정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17일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1-4로 진 뒤 선제골을 갑작스럽게 허용한 뒤 준비한 전술(선 수비 후 역습)을 펼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사령탑이 경기에서 패한 뒤 가장 많이 한 말이 선제골을 허용하는 바람에 졌다는 것이었다.

선제골 넣고도 역전 당한 경기는 단 2경기

이번 월드컵에서 선제골의 중요성은 수치로도 입증된다. 각 팀의 2차전이 끝난 21일 현재 조별리그 32경기가 열리면서 총 64경기의 반환점을 돌았다. 32경기 중에서 선제골을 넣고 이긴 경기는 20경기나 된다. 이 가운데 1점 차로 이긴 경기는 9경기. 선제골의 여세를 몰아 2점 차 이상의 완승을 거둔 경기가 11경기다. 이기지 못하더라도 비긴 경기는 7경기다. 반면 선제골을 넣은 뒤 패한 경기는 단 2경기다. 이 중 나이지리아와 그리스의 B조 2차전에선 나이지리아가 1-0으로 앞서다가 사니 카이타가 퇴장당해 수적으로 불리해지면서 뒤집혔다. 선제골을 내준 불리함을 딛고 진정한 역전승을 거둔 경기는 E조 덴마크가 카메룬을 2-1로 꺾은 경기가 사실상 유일하다. 나머지 3경기는 0-0의 무득점 경기.

선제골 허용 뒤 모험적 전술이 패인

한국은 4강 신화를 달성했던 2002년 한일 월드컵(3승 2무 2패)을 제외하면 원정 월드컵에서 1승 5무 9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선제골을 넣은 경기는 1998년 프랑스 대회 조별 리그 1차전 멕시코전(1-3 역전패)이 유일하다. 이길 수도 있었지만 하석주의 퇴장으로 선제골의 유리함을 살리지 못했다. 한국의 월드컵 도전사를 봤을 때도 선제골은 그만큼 중요하다. 선제골의 중요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술적 유리함으로 설명한다. 서형욱 MBC 해설위원은 월드컵에서 각 팀이 최소 3가지 종류의 전술을 준비하고 나온다. 선제골은 그 시나리오의 첫 단추라며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해도 선제골을 내준 뒤에는 준비했던 작전을 제대로 펼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대길 KBS 해설위원도 먼저 실점한 팀은 전술적 제한을 받는다. 반면 선취 득점한 팀은 훨씬 다양한 전술을 펼칠 수 있다며 전술 제한을 받는다는 것은 모험적인 경기 운영을 한다는 것이다. 골을 넣기 위해 준비한 전술을 버리고 위험을 감수하게 되면서 다시 실점의 위기를 맞게 된다고 밝혔다.



김동욱 유근형 creating@donga.com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