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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주제탐구 교육 도입 아이 스스로 계획 세우고 공부 (일)

서울대 주제탐구 교육 도입 아이 스스로 계획 세우고 공부 (일)

Posted April. 22, 2010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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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프로그램과 찰떡궁합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수영장 2층 국민체육진흥공단 어린이집은 2003년부터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의 위탁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소비자아동학부가 위탁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서울대, 서울고등법원, 하이닉스반도체 등 모두 직장보육시설이다.

주제탐구표현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한 이순형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는 직장보육시설이 이 같은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데 뛰어난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직장보육시설은 회사와 노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철학이 담긴 교육을 하기 편하다며 특히 교사들도 맘 편하게 근무하고 아이들 교육에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부모들이 같은 회사에 근무하다 보니 지속적인 소통망이 있어 다양하고 폭넓은 교류가 가능하다며 거기서 어린이집에 대한 의견과 비판을 듣고 미흡한 점을 고칠 수 있어 그 혜택이 아이들에게 빨리 돌아간다고 말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어린이집은 원장선생님과 5명의 보육선생님 가운데 2명이 소비자아동학부 박사과정을 수료했거나 재학 중인 대학원생이다. 원장은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수년의 현장 경력을 가져야 한다. 학위 과정 중에 있는 학생은 교사로 일할 수 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직접 아이들과 살을 맞대며 실습하고 현장 경험을 축적할 기회라 지원자가 많다.

현재 유치원에는 직원 자녀 48명과 지역주민 자녀 19명이 다니고 있다. 달님반(만 2세 이하) 햇님반(만 3세) 별님반(만 4세) 은하수반(만 5세)에 각각 1020명이다. 보육선생님은 제일 어린 아이들이 다니는 달님반에 2명, 나머지 반에는 1명씩이고, 수업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공단은 2008년 어린이집을 옮길 때도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당시 보육실 4곳, 시청각실 1곳, 특별활동실 1곳, 실내외 놀이터 각각 2곳의 배치와 디자인을 모두 소비자아동학부 연구진과 상의해 결정했다.

2006년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2년째 공단 어린이집을 맡고 있는 정현심 원장(33여)은 교사실을 중간에 두고 양옆으로 보육실을 배치한 것과 사무실 조명, 환기구, 폐쇄회로(CC)TV의 위치, 화장실 변기의 크기까지 모두 연구진의 조언을 바탕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유해 물질을 없애고 친환경적으로 짓기 위해 본드 등 접착제도 사용하지 않은 것도 연구진의 아이디어였다.

놀이를 통해 세상을 탐구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다양한 위탁업체의 지원서를 평가한 뒤 최종적으로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와 손을 잡은 것은 서울대가 제시한 주제탐구표현활동 때문이었다. 주제탐구표현활동이란 선생님과 학생이 학습할 주제를 함께 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교육법이다. 소비자아동학부가 이탈리아의 레지오 에밀리아, 미국의 프로젝트 접근법을 접목해 한국 실정에 맞는 교육법으로 재창조한 것이다.

이 활동의 핵심은 아이들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공부 방법과 과정 역시 주도적으로 계획하는 것이다. 보육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 물어 하나의 주제를 도출해낸다. 이 주제와 관련한 단어와 활동을 이끌어내고 그에 맞춰 학습계획을 짠다.

토끼하면 뭐가 생각나느냐고 물어 귀 팔 다리라는 답이 나오면 이들을 토끼의 몸이라는 하나의 소주제로 묶는다. 토끼와 거북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란 대답이 나오면 토끼이야기라는 소주제로 묶어 연극을 짠다. 아이들은 자신이 정한 주제로 작품이나 연극을 만들어 가족들에게 선보인다.

은하수반 아이들의 주제탐구교육수업을 들여다봤다. 새 학기 첫 주제는 은하수반 친구들. 소주제는 은하수반 교실 친구들 이름 친구들과 추억 친구들이 잘하는 것 친구 들 표정이었다. 교실 벽엔 이런 주제들이 방사형 도표로 그려져 있었다. 아이들은 재활용품으로 친구의 얼굴을 만들었다. 일반 유치원 미술수업은 보육선생님이 재료와 완성 틀을 제시하고 아이들은 그에 맞춰 비슷한 작품들을 만들어내는데 이곳에서는 선생님들이 재료를 펼쳐놓을 뿐이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재료와 도구를 집어 본인만의 작품을 만들었다.

정현심 원장은 아이들이 처음 오면 이런 수업에 적응 못해 못하겠다고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는데 금세 극복한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구상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이 수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