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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화폐개혁 실패는 권력내 돈벌이 싸움탓(일)

북화폐개혁 실패는 권력내 돈벌이 싸움탓(일)

Posted March. 25, 2010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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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해 11월 30일 단행한 화폐개혁과 외환통제 조치가 실패하고 이를 주도한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이 철직된 가장 큰 원인은 시장경제가 북한의 일반 주민뿐만 아니라 국가부문에까지 깊숙이 침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특히 박 부장의 인사 조치는 권력기관 핵심부의 경제적 이해 다툼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은 24일 북한의 화폐개혁은 시장에서 경제활동을 해온 주민들의 반발과 함께 그동안 시장 활동과 달러 사용을 통해 자력갱생을 해온 내각 소속의 국가기구들과 지방당이 중앙당의 방침에 반발하면서 좌초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지도부가 국가기관조차 시장경제 활동에 익숙해진 북한의 경제적 상황을 무시한 채 정치논리에 따라 무리하게 계획경제를 복원하려는 조치를 강행했다가 실패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북한의 공식 경제 부문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경제난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경제 활동을 하면서 생존해 왔다. 경제난으로 국가가 자금과 자재 등을 지급하지 못하자 내각에 소속된 공장과 기업소는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물자를 생산해 이를 시장이나 해외에 팔아 연명해 왔다. 북한 지도부는 이를 자력갱생이라는 이름으로 적극 장려하기도 했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각경제와 민간경제(주민경제)가 상호 협력적인 의존관계를 구축하면서 북한의 시장화가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관장하는 당과 군부의 특권경제(수령경제) 소속 공장과 기업소들도 시장을 통해 해외에 수출할 물품을 조달하거나 해외에서 수입한 물건을 시장에 내다 팔아 이익을 챙겼다. 특권경제 소속 국가기관들은 가치가 땅에 떨어진 북한 돈보다는 달러로 거래를 했다. 이런 국가경제 부문의 시장화, 달러화 현상은 평양 등 중앙보다는 지방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고, 김 위원장이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제한적인 경제개혁 조치를 단행하면서 더욱 심화됐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중앙당이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무리한 정책을 펴자 시장에서 기득권을 가진 힘 있는 기관들이 주민 반발을 명분으로 박 부장을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결국 화폐개혁의 시도와 실패 과정은 북한의 시장화가 예상보다 깊고 폭넓게 이뤄져 있음을 보여주는 것인 만큼 북한이 다시 계획경제를 복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석호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