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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굶어 숨질때 게임방에 (일)

Posted March. 04, 201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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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에서 한 부부가 게임에 빠져 생후 3개월 된 딸을 방치했다가 숨지게 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부부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났고 결혼 후에도 하루 평균 46시간씩 게임을 해온 인터넷 게임 중독자였다. 앞서 지난달에는 서울 용산의 한 PC방에서 손모 씨(32)가 5일 연속 게임만 하다 쓰러져 숨졌고, 경기 양주에서는 오모 씨(22)가 인터넷 게임만 한다고 꾸중하는 어머니를 살해하는 패륜 범죄를 저질렀다. 온라인 게임 중독이 오프라인의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남편 김모 씨(41)와 부인 김모 씨(25)는 2008년 8월 인터넷 채팅을 통해서 만나 사귀다 2009년 2월 결혼했다. 이렇다 할 생업이 없던 이들은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보증금 200만 원짜리 반 지하 단칸방에 살림을 차렸다. 월세 20만 원은 처가에서 댔고, 남편은 돈이 떨어지면 노동일을 해서 번 일당으로 생계를 꾸렸다. 지난해 6월에 낳은 딸은 미숙아(2.25kg)였지만, 아이가 칭얼대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심지어 상한 분유를 먹이기도 했고 울며 보챈다고 머리를 쥐어박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들 부부는 하루에 몇 시간씩, 어떤 날엔 밤을 새워가며 온라인 게임에 빠져들었다. 부부는 지난해 9월 23일 오후 7시 무렵부터 다음 날 오전 7시 반까지 무려 12시간가량을 집 근처 PC방에서 게임을 하며 보냈다. 평소 부모의 따뜻한 손길을 받지 못했던 딸은 그 사이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 있었다.

딸아이가 그냥 죽었다는 부부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아이 얼굴에 멍 자국이 있고 심하게 야위어 있는 것을 수상하게 여겨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사인은 기아사()였다. 굶어죽었다는 것이었다. 부부는 겁을 집어먹고 월세 보증금을 챙겨 달아났다. 노동일을 하며 전국을 떠돌았고 지난달 22일 부인 김 씨의 친정이 있는 경기 양주에 정착했다가 이달 1일 5개월여 동안 이들을 추적해온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 부부는 경찰에서 울먹이며 처음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하고 가슴이 아려오고 잘못한 사실을 깨달았다며 때늦은 후회를 했다. 도주하는 동안에는 딸에 대한 죄책감에다 인터넷에 흔적을 남기면 붙잡힐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게임을 하지는 않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보건담당 김정현 교수는 게임에 중독되면 가상현실에 빠져 현실 판단력과 검증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이를 돌보는 데도 소홀하게 될 수 있다며 중독 정도에 따라 다양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서부경찰서는 3일 이들 부부에 대해 유기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남경현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