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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변호인에 검찰 수사기록 2200여쪽 공개 파장(일)

용산 참사 변호인에 검찰 수사기록 2200여쪽 공개 파장(일)

Posted January. 16, 201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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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그동안 공개를 거부했던 서울 용산 철거민 화재 참사사건의 미공개 수사기록 2200여 쪽의 내용이 농성자 측 변호인에 의해 15일 언론에 공개됐다. 변호인은 경찰 수뇌부가 과잉 진압을 인정한 발언이 담겨 있다며 무죄 입증 자료로 쓰겠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검찰은 그동안 다 나온 내용이고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을 만한 내용이 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기록을 공개한 항소심 재판부를 교체해 달라고 기피신청을 내는 등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어 수사기록 공개의 적법성을 놓고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공개된 수사기록의 내용은

용산 참사 당시 건물 옥상 망루에 불을 질러 경찰관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농성자 9명의 변론을 맡은 김형태 변호사는 이날 법원에서 복사해 온 수사자료의 요지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김 변호사는 농성자가 화염병을 던져 터진 것을 본 적이 없다는 경찰관 2명의 진술이 수사자료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서울지방경찰청 수뇌부를 조사한 내용도 제시했다. 서울경찰청의 한 간부는 당시 현장 상황을 잘 전달받았으면 작전을 중단시켰을 텐데라고 말해 과잉 진압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또 현장에서 진압 장비가 제대로 투입되지 않아 작전 계획이 변경됐다는 진술도 나왔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과잉 진압을 했다면 농성자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검찰은 대부분 특공대원들은 농성자들이 화염병을 투척한 것을 봤다고 진술했고 1심 재판부도 이를 인정했다며 급박한 위험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일부 장비가 부족한 상태에서도 작전 진행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번 수사자료는 농성자들의 유무죄와 직접 관련이 없어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사기록 공개 놓고 법원-검찰 갈등 폭발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이미 1심 재판부가 피고인의 변론권 보장을 위해 공개하라고 명령했던 것. 하지만 검찰이 공공의 안전과 사생활 침해 방지를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면서 최근까지 공방이 벌어졌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부장판사 이광범)가 14일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에 대한 재정신청 사건에 첨부돼 있던 자료를 용산 참사 사건 피고인들에게 공개하기로 결정하면서 언론에도 공개됐다. 검찰은 재정신청 사건의 재판 기록을 별개 사건인 용산 참사 사건 피고인들에게 내주는 것은 명백히 위법 행위라며 이의신청과 함께 대법원에 즉시항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재정신청 사건에 대한 열람 등사 금지 규정은 고소인 등이 수사기록을 악용하거나 무분별한 열람 등사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이지 피고인의 방어권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재판부 바뀔 가능성 낮아

검찰은 수사기록 공개에 반발하며 불공정 재판이 예상되는 만큼 재판부를 바꿔 달라는 기피신청서를 냈다. 검찰로서는 법원에 맞서 이례적으로 초강수를 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즉시항고와 기피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우선 이번 수사기록 공개는 피고인 변론권 보장을 중시해 온 법원 판례에 어긋나지 않는 데다 이미 공개됐기 때문에 즉시항고의 실익이 없고, 항소심 재판부가 사건을 편파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구체적 근거도 부족해 기피신청도 인용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기피신청에 대한 결론은 이르면 다음 주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 수사기록을 언론에 공개한 김 변호사가 현행법을 어겼다는 주장이 나왔다. 형사소송법 266조의 16호를 보면 검사가 열람 등사하도록 한 서류 등의 사본을 소송 준비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교부 또는 제시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김 변호사는 검사가 제공한 자료가 아닌 데다 사본을 나눠준 게 아니라 문제없다고 말했다.



이종식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