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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정상문 체포 7시간만에 돈 주인 실토

Posted April. 08, 200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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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에게 건넨 500만 달러를 둘러싼 의혹의 파도가 노 전 대통령 쪽을 향해 가던 중 예상 밖의 권양숙 여사의 3억 원 수수 사실이 7일 불거져 나왔다.

이날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체포된 지 7시간여가 지난 오후 3시 반경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내고 정 비서관의 혐의는 저의 집사람이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이다라고 밝히고 나섰다.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노 전 대통령, 왜 먼저 밝혔나

정 전 비서관은 청와대 재직 중에 박 회장에게서 3억 원을 받은 혐의로 이날 오전 8시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에서 검찰에 체포됐다. 그동안 검찰 내에서는 정 전 비서관이 받은 돈이 노 전 대통령의 가족에게 흘러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왔다. 구체적으로는 권 여사가 아들 노건호 씨의 미국 유학비용 등을 대기 위해 돈이 필요했고, 박 회장이 정 전 비서관에게 건넨 3억 원이 여기에 쓰였다는 말도 있었다.

정 전 비서관이 이날 전격 체포되자 노 전 대통령은 3억 원의 종착점이 권 여사라는 것을 스스로 밝히고 나섰다. 자신과 말을 트고 지내는 사이인 정 전 비서관이 이 혐의를 뒤집어쓸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했다. 노 전 대통령으로서는 정 전 비서관이 자기 부부들 때문에 누명을 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나아가 정 전 비서관이 혐의를 뒤집어쓰려 하더라도 결국 검찰 조사과정에서 밝혀질 일인 만큼 선수를 치고 나온 것일 수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은 현직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상의한 뒤 사과문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적인 검토까지 마쳤다는 얘기다.

빌린 돈? 그냥 받은 돈?

박 회장의 돈 3억 원을 권 여사가 빌린 것인지, 아니면 갚을 생각 없이 무상으로 받은 돈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이 부분에 대해 아무 언급을 하지 않은 것에 비춰볼 때에 최소한 빌린 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직후인 2008년 3월 박 회장에게서 차용증을 쓰고 빌린 15억 원이 이 돈과 관련이 있는지도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이 구체적인 설명은 하고 있지 않지만 재임 중에 받아 쓴 3억 원이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나중에 이 돈을 포함해 15억 원의 차용증을 썼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미처 갚지 못한 돈은 뭐?

노 전 대통령은 권 여사가 박 회장에게서 3억 원을 받아쓴 이유에 대해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처 갚지 못한 돈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이 2008년 4월 15일 재산공개 내용(2008년 2월 24일 기준)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의 재산은 9억7000여만 원이었다. 이 가운데 채무는 노 전 대통령 명의로 금융기관에서 빌린 4억6700만 원이 있었다.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로 귀향하기 위한 사저 신축공사비였다.

이 시점에 권 여사 명의의 빚은 없었지만 2006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한 2007년 재산공개 때에는 1억6400만 원의 채무가 있었던 것으로 나온다.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 중도금을 내기 위해 대출을 받은 것이었다. 이 채무는 2008년 재산공개 때에는 변제가 됐는지 기록돼 있지 않다.

검찰 수사, 봉하마을 사저 안방까지?

노 전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이 받은 돈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섰지만 검찰은 여전히 신중하다.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이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은 수사에 참고하겠다. 글의 내용과 사실 관계에 대한 조사는 정 전 비서관을 조사한 뒤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의 사과문만 봐도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일단 검찰은 권 여사가 왜 이 돈을 받았는지, 빌린 돈인지 그냥 받은 돈인지 등을 밝혀야 한다.

노 전 대통령도 더 상세한 이야기는 검찰 조사에 응해서 진술할 것이라며 응분의 법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 여사가 됐든, 노 전 대통령이 됐든 검찰 수사의 칼끝은 이제 봉하마을 사저의 안방 앞까지 겨누게 된 형국이다.



전지성 verso@donga.com